매일신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인터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31일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의 공천 전망과 관련, "아직은 말할 시점 아니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 총재는 1일 대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구시지부 후원회 참석을 앞두고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총재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다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가장 원하고 필요한 적임자를 공천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며 앞으로 그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단체장 후보경선 여부와 공천의 기준에 대해서도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

이 총재는 또 신당창당과 제3후보 출현 가능성와 관련,"이는 하수(下手)의 정치이고 정치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정권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라며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10·25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승했다. 거대 야당의 총재로서 향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

▲의석 몇 석이 늘었지만 그것으로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겸손한 자세와 대화, 타협으로 정국을 가능한 원만하게 풀어가겠다. 다만 부정부패 척결이나 남북문제, 국가 정체성 문제 등은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 엄정한 자세를 견지하겠다.

- 정국혼란은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도 한 몫을 했다는 비판이 있다.

▲야당이 정권의 국정파탄을 비판하고 여러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촉구하는 것을 발목잡기나 정쟁이라고 한다면 야당이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또 밝히고 바로 잡아야할 문제가 있는데도 어설픈 타협이나 양보를 하게되면 야당의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다만 정치권 자체가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고 야당이 국정안정에 선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야당총재로서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의혹제기가 한풀 꺾이면서 결국 '반짝 선거용'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결코 선거용이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비리이며 우리 당은 근거있는 내용을 토대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수사의 단서를 제기했고 앞으로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물론 국회차원에서도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진실을 밝혀 나갈 것이다.

- 마치 대권을 따놓은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비치길래 그렇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친다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 당직자나 당료에게도 절대 그런 마음을 가져선 안된다고 했다. 또 그럴 시기도 아니다. 앞으로 당이 어떤 상황을 겪을 지 알 수 없고 많은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추호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다.

- 여권이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데.

▲복잡하지 않다. 여권을 총지휘하는 대통령이 국정쇄신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정파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하면 된다. 국민생활 문제나 기타 경제·남북문제도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풀어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권초기 DJP공조를 내세워 수의 힘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여야가 대결과 정쟁의 상황으로 치달아 국민들이 싫증을 낸 것이 아닌가. 여당은 정권연장에 집착하는 대신 무엇이 최선의 길인가 생각하고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여권이 스스로 결정해서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문제다. 다만 다른 자리에서도 말했지만 여권이 재집권에 집착하면 무리가 따른다. 대통령이 정파수장이란 위치를 떠나 중립적인 자세에서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 여권의 혼란상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어렵다. 빨리 정리돼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국정쇄신을 해야 한다.

- 정계개편설이니 사정설이 나돈다.

▲선거가 임박하면 사정이다, 신당이다 하며 정계개편설이 나도는 정치현실이 안타깝다. 선거철이 됐으니 또다시 나오는 그런 '설' 들이라면 우리 정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감히 말하지만 이는 하수의 정치이고 정치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 정권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광역단체장의 공천을 누가 딸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말할 시점 아니다. 다만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가장 원하고 필요한 적임자를 공천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며 앞으로 그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하겠다.- 경선 절차를 거칠 것인가.

▲경선여부는…아직 모르겠다.

- 공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아직 말할 수 없다.

- 자민련의 존재가 위태롭게 됐다. 향후 자민련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자민련과는 지난번 김종필 총재를 만나 뜻을 같이 하는 문제에 대해 정책공조를 하기로 약속했다.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다.

- 김용환·강창희 의원을 비롯, 향후 입당사례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결국 대선행보 아닌가.

▲김·강 두 의원의 입당은 그분들 스스로 국가와 국민들을 생각해 내린 고뇌의 결단이었다. 우리 당이 지향하는 큰 정치의 방향에서 뜻을 같이하면 누구라도 손을 함께 잡고 국민우선의 정치로 갈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겨냥해 억지로 사람을 끌어모으거나 과반수를 만들어 수에 의한 정치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 당내에서도 보혁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특히 남북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당내에 다른 목소리가 있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를 대화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당내의 소수의견이 언론에 잘 소개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우리 당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포용정책은 80년대 후반부터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다. 그러나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원칙없이 끌려다니고 퍼주기식으로 하니 문제점이 드러난게 아닌가. 포용정책이 목표로 하는 북한의 개방을 이끌지도 못했다. 대북 포용정책에 있어 상호주의, 투명성과 국민합의, 검증의 3원칙은 우리 당의 분명한 방향이다.

- 경제가 어렵다. 서민들은 먹고 사는 일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경제살리기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경쟁력을 길러 고성장의 추월선으로 다시 나서야 한다. 앞으로 최소 20년 동안 연평균 6%이상 성장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흔히 성장을 강조하면 가진자 편이고 복지예산을 늘리면 서민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예산도 계속 쓸 수 있다.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가난한 서민부터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성장없는 복지는 기만이다. 경쟁력, 일자리, 서민고통 해소라는 세가지 목표를 향해 꾸준히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대책이 필요하다. 지방에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정부가 강력한 산업정책을 펴야 한다. 지역특성에 맞게 특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정책협조가 절실하리라고 본다.

- 대구·경북 의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나.

▲다 잘하고 있다. 특히 매일신문이 충고와 좋은 의견을 제시해줘 고맙게 여긴다. 계속 언론이 도와달라.

- 지역경제가 너무 어렵다.

▲대구·경북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아 큰 부담을 느끼고 있고 고민하는 대목이다. 밀라노 프로젝트를 벌여놨지만 구체적으로 경제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있다. 당으로선 소속 의원들과 함께 경제회생 방안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많은 인재가 있고 우리 당에 그런 인재들이 많아 결코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탈피, 필요한 순서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간다면 얼마든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 이른바 'TK정서'를 어떻게 보나.

▲대구·경북은 우리 현대사를 통해 나라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어 온 중심 고장이다.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이 크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현 정권의 실정으로 인해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국가근본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큰 실망과 안타까움을 갖는 사람들이 바로 대구·경북 주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TK는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하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우리 당에 따뜻한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나와 우리 당은 이러한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국민 우선의 정치로 살기좋은 나라, 내일에 대한 희망이 넘치는 나라를 만듦으로써 반드시 보답할 것이다.

대담 서영관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정리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