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혈관련 수능문제 오류 있다

이번 수능시험 인문계 과학탐구 17번 문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17번 문제의 요지는 '철수는 A형 누나는 B형, 어머니는 O형으로 아버지의 혈액형을 AB형임을 추정케한 다음 아버지가 수술시 누구로부터 수혈 받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중고등학교에서 ABO 혈액형 원리를 설명하면서 "O형 혈액은 모든 혈액형에게 피를 나눠 줄 수 있고 AB형 혈액은 모든 혈액형에서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헌혈자 적혈구의 항원과 환자 혈청과의 항원-항체 반응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지, 실제 수혈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혈액형끼리 수혈하고 있다. 또 AB형에게 농축 적혈구를 수혈해야 할 상황에서 같은 혈액형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A형이나 B형의 농축 적혈구를 우선 순위로 한 후 맨 마지막으로 O형 적혈구를 수혈하고 있다. 또 전혈을 수혈할 경우 A형과 B형은 거의 문제가 없다고 되어 있지만 O형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특히 신선 동결혈장을 수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AB형 혈액을 수혈해야만 한다.

질문에는 철수의 아버지가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되어 있지, 어떤 혈액을 수혈 받는다는 표현이 없다. 이 문제에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전혈, 농축적혈구, 신선동결혈장 모두가 가능하다. 또 혈액형으로 친자 관계를 판단하는 것 자체도 위험한 발상이다. 지난 97년 우리나라에서도 AB형과 O형사이에 돌연변이로 O형이 태어난 보고가 있고 특히 cis-AB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cis-AB형이 관여하면 AB형과 O형 사이에 A, B, AB, O형 모두 태어날 수 있다. 따라서 가족간의 혈액형으로 아버지의 혈액형을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종규(대구 경북 혈액원 의무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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