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작년보다 훨씬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이 높아짐에 따라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상위권 대학에서 논술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과거 상위권 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 드물긴 하지만 수능 점수 3, 4점 차까지도 논술에 의해 뒤집히는 경우가 있었다.
중위권으로 내려오면 논술고사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올해 경우 중위권으로 올수록 점수대별 수험생 밀집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위권 대학들의 경쟁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할 전망. 수능 점수 1, 2점 차로 당락이 엇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논술고사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지역에서는 경북대에 지원할 수험생이라면 특히 논술고사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수험생들의 점수가 폭락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알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적어도 280점대 수험생까지는 경북대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므로 논술 준비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작년 논술고사 경향을 점검해보고 올해 대비책을 짚어보자.
◇2001학년도 출제 경향
작년에 논술 시험을 실시했던 대부분 대학들이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발췌한 2, 3개의 제시문을 주고,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오늘날의 현실과 연관짓는 형태를 주로 선호했다. 현실과 연관지어 제시된 자료의 한계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 해결 방안이나 수험생의 견해 등을 서술하도록 하는 것.
난이도 측면에서 보면, 제시문은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것도 적지 않았으나 논제는 대체로 평이했던 것으로 분석돼 있다. 그러나 논제가 쉽다고 답안 쓰기가 그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포괄적인 논제를 주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전개하도록 요구하는 게 아니라, 출제.평가 의도에 따라 논의의 범위와 방향을 제한하고 정밀한 논증을 요구하는 유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인문계열의 논제로는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 △인간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 방법 △현대 사회의 특성과 문제점 △도덕성을 갖춘 이성적 인간 △정보화 사회의 문제점 △현대문명의 특성 △현대 문명의 위기와 해결책 △현대인이 처한 상황과 문제점 극복 △소유의 인식차에 따른 사회 현상과 문제점 및 해결방안 같은 것들이 출제됐다. 자연계열에서는 △자연과학의 특성과 한계 △과학의 발전이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인간과 동물의 지적 능력의 차이 △과학 연구의 방법 등이 출제됐다.
◇2002학년도 대비책
논술 문제가 고전 중심으로 출제되자 올해도 많은 수험생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출제 영역 자체가 너무 넓을 뿐만 아니라 답안을 작성하는 일정한 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고사에서 측정하려고 하는 것은 암기된 지식의 양이 아니라 비판적.분석적.논리적 사고력과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에게는 꾸준한 독서와 합리적 사고력 훈련이 필요하다. 논술고사를 잘 치르기 위해 폭넓은 독서가 요구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읽기 능력은 쓰기 능력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많이 읽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사고력 훈련은 일관된 논리로 끝까지 생각해보는 데서 출발한다. 평소에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현실과 역사에 비춰 '왜?'라는 질문을 거듭 던짐으로써 자기 생각의 합리적 근거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친구나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비판과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 확고한 가치관이나 신념도 싹틀 수 있다. 논술고사에서 요구하는 자기 주장과 근거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독서, 사고력 훈련에 동반해야 할 것은 실전 능력이다. 실제 논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석-사고-표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각 과정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선 제시된 자료를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고전은 시간을 초월해 항상 현실에 새로운 의미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자기가 읽어보지 않은 책에서 출제됐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다소 어렵거나 사전 지식이 없는 제시문이라도 논제와 관련지어 꼼꼼히 읽고 분석하면 어렵지 않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다.이를 위해 평소 고전적 쟁점이 담긴 글을 읽고 그 주장이나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고전에서 다루고 있는 인류사적 문제들을 깊이 있게 따져보는 훈련도 요구된다. 책을 읽을 때도 많은 양을 대충 읽기보다는 한 권이라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논술 관련 고전 작품 다이제스트 같은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읽거나 생각한 내용을 현실 문제와 연관지어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읽거나 생각한 내용을 일반화 또는 구체화하는 능력과 함께 현실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가 요구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리적 표현 능력을 길러야 한다.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든 논술고사에서 평가하는 초점은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얼마나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펼쳤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인 글쓰기 방법, 즉 적절한 논거를 제시하고 논리적 체계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효율적으로 부각시키는 요령을 익혀 두는 것이 필요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 일신학원 논술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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