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를 맞아 거대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변화의 방향을 잘못 읽거나 뒤처지면 한 순간에 낙오자의 신세가 될 정도로 IT(정보기술)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의 생존 조건은 그만큼 냉혹하다. 구조조정은 따라서 일정 시점의 완결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에 열려있는 의식의 개방성과 맞물려 있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몰락 이후 세계 최고의 우량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가 문어발식 선단기업 혐의를 받으면서 철옹성의 이미지가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던 변화의 바람이 현실 속에서 아연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빌 게이츠가 말한 '생각의 속도'와 연관해 우리에게 무한한 암시를 준다.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생존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들도 종전처럼 정부 등 외부에서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기업 분할 쪽으로 나가는 추세라 한다. 몸집을 줄여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국립 서울대가 지난 5일 마감된 정시모집 등록마감결과 사상최고인 13.4%의 미등록률을 기록하고 일부 모집단위는 개교이래 최초로 추가모집까지 실시해야 하는 '탈서울대'의 대추락을 겪어 충격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이같은 현상은 외견적으로는 수험생들의 의대 선호와 이공계에 대한 기피 현상 등 IMF 이후 안정된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 으로 풀이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서울대 신화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 중의 하나인 구조조정과 개혁의 문제에 비춰볼 때 예상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이 사회에 불고 있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다. 구조조정과 개혁이 기업 등 남의 집 불구경이 될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은 방만하고 방대한 서울대의 비효율적 선단식 대학운영으로는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서울대도 경쟁력을 갖춘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처럼 기득권에 안주만 하고 '최고'라는 오만함을 벗어나지 못할 때 '서울대 위기론'은 현실화 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수험생들이 '간판'과 '인맥'보다 '실력'과 '노력'을 중시하는 의식과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를 깨뜨리는 희망의 단초로 매우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대학들도 교육정책만 탓할 것이 아니라 땀과 눈물로 변화의 전면에 나서면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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