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21 정몽준 후보 인터뷰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다보니 내 자신의 주장을 크게 내세워 본 적이 없다". 분명한 캐릭터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한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은 즉답보다는 우회적으로 차분하게 소신을 밝혔다. 답변은 시종여일했다. 정 의원과의 대담은 27일 저녁 대구 파크호텔에서 이뤄졌다.

-지방분권운동이 열화같이 타오르고 있다. 지방분권운동에 대한 입장은.

▲지방분권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로 지방분권이 이뤄지려면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제고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세수의 확보와 지방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 편향되지 않는 예산정책으로 한 지역에 치우치지 않는 지역개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대기업의 지방 이전 방안을 제시했지만 서울에서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할 기업이 있겠나. 메리트를 주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울산에 있다. 또 포스코가 포항 발전에 기여한 것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대기업 본사 지방 이전을 유도하면 인구 분산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대 출신의 취업 기회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런 기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세제 혜택은 물론 행정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

-광주와 전남, 대전과 충남, 대구와 경북의 시도 통합문제가 관심사다. 시도 통합에 대한 의견은.

▲시도통합문제는 시도간 정책충돌문제와 현행 3~4단계의 지방행정 단위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미흡하다는 여론에 따라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관여하는 것 보다 필요성을 느끼는 해당 자치단체끼리 지역민의 뜻에 따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위천국가산업단지 문제는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했는데.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이해 관계 상충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로 이해 당사자들끼리 적절한 조정과 타협에 의해 해결돼야 할 것이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입장을 두둔하거나 무시할 경우 또다른 지역갈등을 야기함은 물론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정치적 세력이 없는 점을 장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수 정파의 대통령이 당선됐을 경우 극심한 국정혼란이 우려되는데.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여소야대의 국회로 임기 8년간 성공적으로 대통령 직을 수행했고 남아프리카 만델라 대통령도 소수 정파 출신이지만 인종차별정책을 철폐시키고 인종간 화합을 이끌어 냈다. 이런 예로 볼 때 소수 정파의 대통령도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친인 정주영 회장의 대선출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또 현대와는 완전히 단절될 수 있는가.

▲아버님의 대선 도전은 '누구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의 발로였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지원설이 있다지만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회사에 지원 요청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재벌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빅딜의 경우 독점화를 심화시켰고 부실화를 더 악화시켰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또한 아직 기업들이 경영 투명성 제고, 경영진 책임 강화, 선진 경영 도입 등에 상응하는 변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공정거래와 투명.책임 경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

-대북정책 수행에 현대와 유착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북관련 사업들은 아버님께서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대북 관련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의 허락을 얻는 과정에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던 것이지 사업 자체에 대한 편파적인 지원을 받은 것은 없다고 알고 있다.

-'정풍'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청와대 지원설은.

▲월드컵 열기가 식을 즈음 거품이 걷힐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위력은 여전하다. 월드컵 열기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정치권의 각종 비리에 식상한 국민들이 지역 편향이 가장 적고 국민 통합과 깨끗한 정치 그리고 21세기 글로벌 리더로서 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청와대 지원설은 나에 대한 지지가 상승함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한나라당이 선거전략 차원에서 제기한 억지주장이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현금 지원 등은 중단을 고려해야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북사업 중단 문제는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 나가고 상업적 교류는 핵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중단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락가락한다고 하는데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선거가 있다고 갑작스런 생각의 변화가 있는게 아니라 평소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통일보다는 평화를 선택하겠다고 한 토론회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듣기에 따라 통일을 통한 혼란보다는 분단의 고착화가 더 낫다는 뜻으로도 들리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통일은 어느 일방이 통일하겠다고 나서면 역작용만 일어날 뿐이다. 평화적 통일이라지만 평화와 통일은 반대되는 개념이다. 남북분단이라는 기존 질서를 평화적으로 파괴, 통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일과 평화라는 이 두 가지 개념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면 대부분 평화를 선택하지 않겠는가.

-현재 이회창 후보 지지율이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높다. 이 지역에 대한 공략 방안은.

▲대구.경북은 반 DJ정서가 가장 강한 곳이다. 그러나 DJ는 역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대통령인데 대구.경북 사람들이 과거 인물을 증오하느라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며 미래를 위한 대선에서 선택 기준이 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4자 연대 등의 시도가 어려워졌다. 독자 창당이 불가피해졌는데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선거가 어렵지 않겠는가.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단일화가 되든 안되든 국민의 뜻에 따라 후보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다.

-낙선할 경우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인가. 사재를 출연해 통합 21의 물적 토대를 튼튼히 할 생각은 없는가.

▲돈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낙후된 정치문화의 산물이다. 투명한 정치자금을 조성해 투명한 정당이 되도록 할 것이다. 국회의원 자격을 갖고 있다고 대선출마가 제한받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 만일 낙선한다면 2004년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97년 낙선한 이후 조순씨에게 대표를 주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는 배신 행위를 하고 야당의 총재가 됐다.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하다고 본다. 어떻게 '하늘이 두 쪽 나도'라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

-신당 창당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강신옥 전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에 대해 열사라는 표현을 써서 대구.경북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또 강 전 의원은 자신이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의 합류에 걸림돌이 된다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소신있고 강직한 분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도 강직하니까 한나라당을 탈당한 것 아니냐. 그러나 결정은 본인들이 하는 것이다. -부하직원에게 가혹하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등에 떠돈다는데.

▲스포츠를 좋아하고 젊고 혈기 왕성하다. 그러나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이 제일 얌전하다. 별의별 악의적 소문이 나도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가 나를 싫어해서인지 누가 시켜서인지는 모르겠다.

대담 김채한 편집부국장

최미화 경제부장

홍석봉 정치1부장

정리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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