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무나 죽어라" 불특정 다수 대상 범행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상 범죄가 지구촌 곳곳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이들 범행 상당수는 자폭성.화풀이성인데다 뚜렷한 이유 없이 이뤄짐으로써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발생할지 종잡을 수 없는 실정이어서 무고한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국내 = 지난 11일 부산에서는 새벽 도심을 달리던 자동차 2대가 잇따라 누군가로부터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였다.

작년 12월엔 서울 지하철 1호선 방학역 앞에서 30대 남자가 역에서 나오던 시민 2명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찔렀다. 그에 앞선 9월에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 선교원에서 50대 남자가 어린이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0여명이 부상했다.

2001년 2월에는 고교생이 폭탄제조 사이트에서 배워 만든 폭발물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실험하기 위해 대구 시민운동장 화단에 설치, 2명이 부상했다. 1997년 2월엔 20대 남자가 대구 동구를 무대로 연쇄 살인행각을 벌여 4명을 살해했다. 범인은 순간적 격분을 참지 못해 우연히 마주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12년 전인 1991년 대구 거성관 나이트클럽에서는 20대 영농후계자가 '촌놈'이라고 무안 당한데 격분, 150여명의 손님이 있던 클럽에 휘발유로 불을 질러 16명을 숨지게 했다. 그 이틀 뒤엔 사회의 냉대에 앙심을 품은 20대가 복수하겠다며 훔친 차로 여의도 광장을 질주, 무고한 시민 23명을 숨지게 했다. 살인 질주극을 벌인 범인은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며 '사람을 많이 죽일 방법을 궁리했다"고 했다.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대참사도 범인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 시민들이 많은 지하철에 불을 질러 무고한 200여 시민을 사상한 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국외 =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 일대에서는 연쇄 저격살인 사건이 발생, 10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슬람계 흑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가한 보복행위로 판단됐다.

1998년 9월에는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의 전철역에서 30대 남자가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두달 전인 7월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주택가에서 열린 자치회 여름축제에서는 청산가리가 든 카레라이스를 먹고 주민 4명이 숨졌다.

1995년 4월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앞에서는 차량 폭탄이 폭발, 구내 시 탁아소 어린이 등 169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같은 해 3월엔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독가스 테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5천여명이 중독됐다.

경북대 의대 정신과 강병조 교수는 "이는 사회 및 국가에 대한 막연한 불만과 증오심을 견디다 못해 폭발시킴으로써 불특정 다수에게 화풀이하는 행동"이라며 "사회 소외 계층을 포용하고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들을 파악해 지속적으로 진단.수용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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