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관급 인사 특징-내부승진-안정 구도에 무게

3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개혁장관-안정차관'구도에 따라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안정형'의 관료들이 대거 발탁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파격장관'이 임명된 법무-문화-행자부와 행정경험이 없는 인사들이 장관에 임명된 외교부와 복지부, 농림부, 정통부, 해양수산부 등 대부분의 부처에서 이같은 기조에 따라 전문관료들을 차관으로 기용했다.

청와대는 "개혁성 인물을 대거 발탁하는 한편, 각 부처의 기획관리실장 등 주요보직자를 내부 승진시킴으로써 공직사회의 활력을 도모하는데 초점을 뒀고 처·청장의 경우 기관의 특성에 따라 경영마인드를 갖춘 인사를 발탁하거나 차장을 승진임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와 과기부·문화부·정통부·복지부·환경부·해양부, 기획예산처와 농림부 등이 전현직 기획관리실장을 차관으로 승진 임용했다.

또한 산림청·농촌진흥청·병무청장은 모두 현직 차장이 내부 승진했다.

장관과 출신 지역과 분야 등이 상호보완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인선 기준의 하나였다.

이번 차관인사에서도 파격 발탁이 일부 예상되기도 했지만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소한도에 그쳤다.

재경부 차관에도 당초 김영주 차관보 등 행시 17회를 기용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됐으나 김 경제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기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행시 14회인 김광림 산림청장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역출신으로는 김광림 재경부 차관을 비롯, 김정호 농림부, 곽결호 환경부, 최재덕 건교부 차관과 최기문 경찰청장, 김세호 철도청장 등 34명의 차관급 중 6명이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7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대구·경북과 부산·경남(6명) 등 영남 12명과 호남 10명(전북 3)으로 영·호남출신이 22명이나 차지했고 충남·북 5, 서울·경기·인천 6, 강원 1명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하는 핵심요직인 경찰청장에는 최기문 경찰대학장이 일찌감치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치안비서관과 경찰청차장 경찰대학장을 거친 최 청장은 실무위주의 개혁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 별다른 경합없이 무난히 낙점됐다.

또 국세청장에는 당초 곽진업 차장이 유력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동생 건평씨의 추천물의에 따라 곽차장과 경합하던 봉태열 서울청장이 모두 탈락하고 세무행정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개혁여론에 따라 세무행정을 잘 아는 전문가그룹 중에서 이용섭 관세청장과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 한정기 국세심판원장 등이 후보로 떠올라 이 청장이 대안으로 기용되는 행운을 낚았다.

그러나 국정홍보처장은 당초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이 낙점단계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론개혁차원에서 국정홍보처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면서 언론인 출신의 새로운 인물이 거명되다가 이번 인선발표에서는 제외됐다.

법무부차관에는 정상명 기획관리실장이 내정됐으나 이번 주로 예정된 검사장급 인사때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정찬용 인사보좌관이 밝힘에 따라 후속 검찰인사에서 파격을 예고했다.

정 보좌관은 이와 관련,"노무현 정부의 중요한 특성의 하나는 서열만이 인사의 원칙이 아니다는 것"이라며 "서열위주의 기수에 따른 인사는 아니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첫 인사작품인 후속 검사장급 인사가 '인사태풍'에 휩싸였다.

정 보좌관은 재경부 차관에 김광림 특허청장을 인선한 것에 대해 "김진표 부총리가 세제 전문이므로 보완하는 의미와 호흡을 맞추라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통적인 재경부 장·차관 조합인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이 호흡을 맞추라는 뜻도 내포돼있다.

김 부총리는 재무부출신, 김광림 차관은 기획원 출신이다.

이용섭 국세청장에 대해 정 보좌관은 출신지역이 중요한 인선기준의 하나라는 점을 시인했다.

경찰청장에 최기문 경찰대학장을 임명함에 따라 호남출신이 전무하자 청와대의 호남출신 보좌진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그러나 정 보좌관은 이 국세청장이 개혁을 잘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임용했다고 말하면서 이 청장의 어떤 점이 개혁적이냐는 질문에는 "관세청장을 하면서 개혁적인 일을 많이했다"고 답변했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했다.

대통령 경호실장을 김세옥 전 경찰청장으로 교체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임 경호실장을)유임한다고는 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군출신이 맡아왔는데 '문민화'라는 점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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