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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따라 세월따라-꽃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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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날숨을 쉰다.

풋풋한 흙내가 거름에 묻혀 피어오른다.

흙내를 모르는 아이들은 거름 냄새가 역하다고 코를 막는다.

그러나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농부에게는 반가운 향기다.

봄은 땅에서 온다.

꽃놀이, 달놀이, 들놀이, 산놀이. '놀이'만 붙이면 모두 흥겨워지는 것이 봄이다.

문중의 화수회(花樹會), 동네 아낙들의 '꽃놀이'로 들썩이는 봄. 진달래 꽃잎과 쑥갓을 얹어 굽는 화전(花煎) 냄새가 봄 햇살에 진동한다.

지금은 쇠락했지만, 한때 화원유원지의 인기는 대단했다.

금빛 모래에 맑은 물, 버드나무, 굽이치는 물의 풍치가 아름답기로 이름 높았다.

오죽했으면 꽃동산이란 뜻의 '화원(花園)'일까.

이때쯤이면 행상들도 바빠진다.

일요일이면 화원유원지에는 많은 행상들이 나왔다.

아이들까지 괘짝에 먹을거리를 담아 나왔다.

"어이~"하는 소리에 행상들은 유원지 동산을 힘든지 모르고 오르내렸다.

1957년 행상 여인의 모습이다.

머리에 인 소반의 먹을거리들이 제법 고급스럽다.

맥주와 사이다, 과자와 빵, 과일, 초콜릿…. 일반인들이 사 먹기 부담스러운 품목들이다.

데이트 나온 백 구두 신사에게나 어울리려나. 일본산인지 외제 맥주도 보인다.

아직 마수걸이를 못했는지, 물건이 그대로 남았다.

거기에 아들까지도 등짐을 지웠다.

말쑥한 엄마의 옷맵시와 달리 아들은 궁색해 보인다.

전쟁이 끝난 4년 후. 먹을거리도 없이 궁핍했지만, 행상인의 이동 매점에는 넉넉함과 함께 희망이 엿보인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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