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인구 50만으로 급성장한 포항. 이제 명실상부하게 경북 제1의 도시가 됐다.
포항을 흔히 '철강도시'라 부른다.
그러나 '소비도시'라는 오명(?)도 항상 뒤따른다.
포스코 가동 후 철강경기 호조로 공단이 계속 확장되면서 음식점, 술집, 여관 등 이른바 소비시설이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항을 경북 제1의 도시에 걸맞게 '경북의 문화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들이 분분하다.
'경북 제1의 문화도시로 불러도 괜찮다', '소득 수준에 비해 시민들의 문화수준은 낮다', '도시규모에 비해 문화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고급 문화 프로그램은 대도시 못지 않다' 등등.
정장식 포항시장은 "포항에는 문화가 없다고 하는데 잘못 본 것이다.
멍석만 깔아주면 문화적 에너지는 강렬하다"며 포항의 '문화불모지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즉 문화인프라(멍석) 구축은 포항의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21세기 포항은 산업(철강), 과학(테크노밸리), 물류(신항만), 해양관광(바다) 등 4대 성장엔진 사업에다 '문화'가 추가된 자연과 문화, 과학이 함께 숨쉬는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21세기 과학문화도시'를 지향하는 포항의 문화적 토양과 문화 인프라는 어떠한지 짚어 본다.
▨문학과 연극
포항의 문화적 토양이 무엇인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한 지역의 문화적 토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문화의 총체적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
현대적 시점에서 포항 문화의 토양은 문인들과 연극인들에 의해 형성됐다고 해도 별 무리가 아니다.
재생 이명석(작고, 선린애육원 설립이사장)이 포항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면 포항문학의 씨앗은 30년대 저명한 영문학자 흑구 한세광(작고)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뿌린 씨앗은 6.25 직후 '포항문인협회' 발족에 이어 '효인' '청패' '청포도' '흐름회' '해원' '이웃과 시' 등의 문학동인회 활동으로 싹을 틔웠다.
그러나 현대문학의 출발점은 지난 79년 한세광, 손춘익(아동문학가, 작고), 빈남수(전 빈내과 원장, 수필가), 신상률(현 예총포항지부장, 연극인), 박이득(수필가) 등에 의해 결성된 한국문인협회 포항지부(약칭 포항문인협회)라고 할 수 있다.
포항문인협회가 81년 창간호를 낸데 이어 해마다 펴내고 있는 '포항문학'은 포항문학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21호까지 발간하는 동안 '포항문학'은 질적인 면에서 중앙문예지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일광 문협포항지부장은 "포항문학은 기존 회원을 뛰어넘어 전국 문단을 상대로 원고를 청탁, 게재함으로써 작품의 질을 높여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문인으로는 소설에 이대환.조중의씨, 아동문학에 김일광.조무근씨, 시에 김만수.하재영.김정구.이종암.차영호.최부식.조현명씨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문협포항지부에서 해마다 주최(주관)하는 영일만 축제시 백일장, '재생 백일장'등 각종 백일장과 강연회, 문학기행, 세미나 등도 포항문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다 부설기관으로 올해로 6기 수강생을 모집중인 '문예아카데미' 또한 문학을 배우려는 시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포항의 연극 또한 포항의 문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자였다.
포항에 연극이 처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KBS포항방송국의 김삼일씨를 비롯한 성우들과 방송극본과 연출을 맡고 있던 신상률씨 등이 모여 64년에 극단 '은하극장'을 만들었다.
'은하극장'은 80년대초까지 포항 유일의 극단으로 포항 연극을 대변했다.
65년 '비의 대화'를 첫 공연한 이래 해마다 2, 3편의 정기공연을 해오고 있다.
특히 85년 청주에서 열린 제3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지의 딸'(차범석 작, 김삼일 연출)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한편 단원 이휘향(현 인기탤런트)씨가 여자 연기상을 받음으로써 국내 연극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극단 대표가 김삼일에서 백진기로 바뀌면서 이름도 '극단 은하'로 바뀌었다.
89년에는 중소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제7회 전국연극제를 포항에 유치, 개최했다.
또 포항시 자매도시인 일본 후쿠야마시의 장미축제에 참가, 연극을 공연함으로써 양 도시간 본격적인 문화교류의 길을 닦기도 했다.
'극단 은하' 이후 탄생한 '예맥' '가인' '형영' '극단 난장' '시립극단' 등의 극단은 물론 2001년부터 열리고 있는 '포항바다연극제' 또한 포항을 문화도시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해외 극단들도 참가함으로써 '포항바다 국제연극제'로 이름을 바꿨다.
▨포항의 문화 인프라
지난 95년 개관한 포항종합문화예술회관은 현재 포항의 핵심 문화공간으로 포항의 자랑거리다.
대공연장, 소공연장, 야외공연장, 1층전시장, 2층전시장, 회관회의실과 함께 합창.국악.연극.무용.교향악단 등 별도의 연습실을 갖춘 현대적 매머드 예술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대공연장은 좌석수 1천132석(전체 면적 1천817㎡, 무대면적 918㎡)으로 중앙 승강무대, 좌우 이동이 가능한 이동무대 및 음향반사판, 63개의 걸이대를 갖춤으로써 음악, 무용, 연극, 오페라, 대형 쇼 등의 공연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시립연극단(83년 창단) 시립교향악단(90년 창단), 시립합창단(90년 창단) 등 시립예술단 공연을 비롯 일반 예술단체 및 초.중.고교의 예술 관련 공연이 수시로 열림으로써 포항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와함께 포스코와 포항공대의 문화시설 및 문화프로그램 또한 포항의 문화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양 기관 문화프로그램의 경우 지방에서는 감상하기 힘든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전시(공연)함으로써 포항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지난 80년 개관한 '효자아트홀'은 포스코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으며 영화는 물론 연극.무용.음악회 등 수준높은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포항공대문화프로그램위원회가 매주 목요일 포항공대에서 여는 '목요문화행사' 또한 수준 높은 공연(강연)이 많은데 일반 시민들의 관람이 가능하다.
한편 포항시는 올해 4월중 결정되는 경북도립미술관 포항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유치경쟁을 벌이는 안동.김천.구미시와 달리 이미 환호공원내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최재영지부장은 "21세기 포항이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도립미술관이 꼭 포항에 와야 한다"며 "울진.영덕.경주 등 인근 지역민들을 위해서도 포항유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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