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싼게 비지떡'

대구지하철 전동차의 내부 재질이 광주 지하철이나 인천신공항 운행차량은 물론 홍콩, 인도, 그리스 전동차보다 재질이나 안전도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구지하철 전동차의 구입가가 개도국의 절반수준에 그친 주된 이유로 바닥재, 의자, 단열재, 내장판, 갱웨이(객실간 통로문) 등에서 화재나 비상시 신속대처가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내장판=대구지하철의 경우 강화 플라스틱(FRP) 내장재를 사용한다.

FRP는 화재시 검은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녹아내린다.

FRP를 내장재로 쓰는 곳은 아테네에 불과하다.

광주와 인천신공항, 홍콩, 인도는 불이 났을 경우 그을음만 묻어나는 난연성(Nomex Honeycomb) 재질인 불연소재 내장재를 쓰고 있다.

물론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전동차의 경우도 모두 불연재를 사용하고 있다.

◇갱웨이=객실간 통로문도 마찬가지. 대구지하철의 경우 통로에 연결막이 있어 비상시 이동이 어렵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광주나 인천신공항만 하더라도 '이중형 주름막'을 장착하고 있으며 홍콩, 인도, 아테네 역시 '더블 이중형 주름막(영국산)'을 채택하고 있다.

한마디로 차량 간 연결문이 없고 통로도 넓게 제작, 승객이 어디에 있어도 전동차 안 전체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자=대구지하철의 경우 모켓(moquette)직물을 쓰고 있다.

모켓은 표면에 긴털이 있는 비로드 모양의 직물로 이번 대구참사에서 보듯 화재시 고열과 함께 유독가스를 내뿜는 등 질식사고의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광주와 인천신공항은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하고 있고 홍콩, 인도는 아예 불에 약한 쿠션식 좌석 대신 알루미늄이나 스텐인리스를 쓰고 있다.

또 아테네는 FRP를 장착하고 있다.

◇단열재=대구지하철은 자기소화성의 쿠션패드(PE 폼)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재질은 바닥재를 난연성(KSM 3305)으로 쓴다해도 불이 붙으면 그대로 타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광주와 인천신공항은 첨단소재인 신슐레이터(thinsulate)를 장착하고 있으며 홍콩, 인도, 아테네 역시 유리면(glass wool) 소재를 채택, 난연성과 불연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철도차량 사업구조=대구지하철을 포함, 국내전동차 내장재가 취약한 데는 지하철 사업 중 전동차 제작 비중이 극히 미미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지하철 투자의 95%가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차량은 값산 재질을 쓰게 마련이라는 것. 당연히 국내의 같은 공장에서 만든 전동차지만 내수용은 수출용에 비해 안전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철도차량 제작사인 (주)로템이 자민련 조희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철도차량 사업중 토목·건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67%, 설비·신호구축은 17%이나 차량구매 비용은 5%에 불과했다.

조 의원측은 "지자체가 인프라 구축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전동차에 대해선 예산절감을 이유로 값싼 내장재를 쓰는 것이 관행"이라며 "차량의 내부설계에도 예산을 증액, 안전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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