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국회의원.군수 잇단 재판

요즘 영덕 군민들의 마음은 몹시 불편하다.

우선 지난 4일. 똑같은 하늘 아래 동시에 희비가 교차하는 장면을 신문과 TV에서 지켜봐야 했다.

영덕 핵폐기장반대 범군민 궐기대회에 3천여명의 군민들이 참석, 총의를 모으고 있던 그때 지역을 대표하는 김찬우 국회의원이 의성지원에 재판을 받기 위해 부축을 받으며 입장하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던 것.

김 의원은 지난해 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결국 기소돼 4선 급으로 뽑아준 군민들에게 이날 부끄러운 장면을 보여줘야 했다.

지역의 대표가 그렇게 추락하는 광경을 지켜 본 군민들은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곤혹스러움은 6일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김우연 영덕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영덕지원 재판정에 선 것. 본인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공사 수의계약 편의 부탁을 받으며 돈을 건네 받아 기소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군민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물론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단할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의 문제는 단순히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는데에 있다.

당장 군정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군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본인의 송사에 매달려야 하다보니 과거보다 지역의 일을 적극적으로 챙기기가 쉽잖은 것이다.

실제 김찬우 국회의원은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6월 이후 지역행사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군민들이 오히려 궁금해 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 무슨 일을 논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외지에서 살고 있는 출향인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덕 사람들은 왜 그렇느냐"는 말을 들을때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다고 한다.

어찌됐든 모든 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영덕에는 현재 할 일이 태산같다.

사실상 지역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손을 놓아 버린다면 지금보다 더 여러모로 힘들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송사때문에 마음이 편할리야 없겠지만 재판 결과가 나올때까지 최선을 다해 군정을 챙겨 주길 바란다.

그게 자신을 선택해 준 군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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