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단&처방-마취술

마취가 안된 상태에서 배를 가르고, 꿰맨다면…. 아마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울 것이다.

마취란 용어는 1세기경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스코리데스가 '맨드라고라라'는 식물의 진통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 당시엔 무감각하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으로 지금의 외과적 마취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전신마취의 기전은 현대의학으로도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명돼 있지 않은 실정. 일반적으로 마취는 의식소실(무의식), 감각차단(무통), 운동차단(근육이완), 그리고 유해반사의 차단 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마취는 이런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들을 적절히 사용해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생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처치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감시하는 진료행위이다.

▨마취에 대한 두려움=상당수 사람들은 "수술이 끝난 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전신마취를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정말 그럴까? 최근 30년 동안 마취약제에 대한 약리·생리학적 지식의 발전과 마취장비, 마취약제, 환자감시기구의 발달로 마취로 인한 사망률은 2만명당 1명 이하에 불과하다.

또 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감퇴되고 키가 크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요즘 널리 사용하고 있는 흡입마취약제들은 일반적인 환자들에게서 비가역적인 뇌기능 장애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척추마취를 하면 수술 후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많다.

척추마취는 제3, 4번 또는 4, 5번 요추 사이에 가는 바늘을 삽입해 지주막하강이란 곳에 마취제를 주입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수술 후에 허리가 아프면 척추마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수술 후 요통의 주요 원인은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척추주위 근육의 이완으로 인한 자세 불안정, 병원의 침대생활, 척추마취에 대한 선입관 등이다.

▨수술전 금식은 꼭 필요한가?=전신마취를 시행할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정맥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을 없앤 뒤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썩씨닐콜린이라는 근육이완제를 투여한다.

다음엔 후두경의 도움을 받아서 기도에 적절한 크기의 튜브를 삽관한다.

이때 위 속에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썩씨닐콜린의 일시적인 근육수축작용에 의해 위 내용물이 역류, 기도를 폐쇄하거나 폐내로 흡인돼 질식하거나 화학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마취 전에 공복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고형(固形) 음식물인 경우 마취유도 8시간 전, 유동식(流動食)인 경우 마취유도 3시간 전까지 먹지 말아야 한다.

기관내에 튜브를 삽관한 다음에는 손이나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 조절호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취의 종류=크게 전신마취와 부위마취로 구별할 수 있다.

전신마취는 다시 약제의 투여경로에 따라 흡입마취와 정맥마취로 나눠진다.

흡입마취는 산소와 마취가스를 혼합해 호흡기를 통해서 폐로 투여하는 방법. 정맥마취는 정맥내로 약물을 주사해 의식을 소실시키는 경우이다.

부위마취는 척추마취와 경막외마취로 크게 구별된다.

지주막하강 또는 경막외강내로 국소마취제를 투여해 척수에서 나오는 신경을 차단함으로써 그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를 마취시키는 것이다.

척추마취나 경막외마취를 받을 환자는 수술대에서 옆으로 눕거나 앉은 자세에서 등(척추)에 주사를 맞게 된다.

이같은 부위마취를 시행한 경우에는 환자의 의식이 평소처럼 유지되므로 불안할 수 있으나 항상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있기 때문에 불편한 점을 호소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척추마취는 하반신만 마취하는 일종의 부위마취법으로서 하복부수술, 항문주위수술, 하지수술 등에서 많이 활용된다.

국소마취는 국소마취제를 피부 밑에 주사해 그 부위의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마취방법으로서 주로 외과의사에 의해서 시행된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정진용 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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