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연출자 롭 마샬의 뮤지컬 영화 시카고

'시카고'라면 떠오르는 단상들이 있다.

알 카포네로 대변되는 시카고 갱에 뉴 올리언즈에 이은 재즈의 본산, 시카고 블루스의 발상지, 'If you leave me now'로 유명한 그룹 시카고, 피 철철 넘치는 가사로 금지곡이 됐던 페이퍼 레이스의 'The Night Chicago Die'….

이제 또 하나의 단상이 추가된다.

바로 뮤지컬 영화 '시카고'(28일 개봉 예정)다.

'시카고'는 노래와 춤, 낭만과 재즈, 갱과 살인 등 시카고라면 떠오르는 단상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실제라면 음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주인공 르네 젤위거의 짧은 무대복처럼 가볍다.

애인을 살해한 여인과 남편을 살해한 여인의 이중주가 줄거리다.

1920년대 시카고. 연예계를 동경하는 순진한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우발적으로 내연의 관계를 가지던 남자를 살해한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최고의 보드빌(통속적인 희극에 춤과 노래를 섞은 쇼)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어느날 여동생과 남편이 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하고 두 사람에게 총을 쏜다.

둘은 일급 살인 혐의로 감옥에서 만난다.

록시는 돈 밝히는 '사교 황제'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을 고용한다.

빌리 플린은 언론을 이용해 록시의 무죄를 호소하고, 감옥에서 나온 록시와 벨마는 듀엣으로 화려하게 무대에 오른다.

'시카고'는 1975년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연극계의 아카데미'라 할 수 있는 토니상에 여섯 번이나 후보에 오른 43세의 연극 연출자 롭 마샬의 영화 데뷔작이다.

롭 마샬은 뮤지컬의 역동성과 스크린의 화려함을 엮어, '시카고'를 훌륭한 뮤지컬 영화로 변모시켰다.

한 여인의 성공과 자유에 대한 열망을 '퇴폐 도시' 시카고의 이율배반적인 가치에 걸어 교도소, 법정, 그리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사랑과 배신, 우정과 경쟁에 대한 환타지를 그려낸다.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장면효과가 뛰어나다.

이야기 진행 화면(극영화)과 뮤지컬 화면을 각각 촬영하여 교묘하게 접목시킨 것이다.

마지막 'I move on'을 부르는 두 주인공의 화려한 공연 장면은 압권이다.

'All that jazz', 'Cell block tango' 등 음악도 일품이다.

특히 르네 젤위거의 연기가 뛰어나다.

나른하며 척척 늘어지는 연기가 흡사 마를린 먼로를 연상시킨다.

그녀는 골든 글로브에 이어 9일 미국영화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에 성큼 다가섰다.

113분.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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