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교사가 되면 창문 가득 햇살 번져오는 아침 교실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었다.
숲길을 걸어 학교를 가는 '아홉 살 인생'(위기철 소설) 여민이를 만나고 싶었고, '야생초 편지'(황대권 식물일기)의 어여쁜 풀꽃 그림들에 눈을 빼앗기고 싶었다.
우리들이 누리는 이 소박하고 평범한 하루 하루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 것인지, 더불어 살아가며 껴안아야 할 이웃이 얼마나 많은지 등에 관해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3월에 업무가 발표되면서 1학년 담임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3월 첫 주가 지나갔다.
한 주 동안 나는 거의 비통한 심정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책 읽기, 이야기 나누기.... 그 어느 것도 나의 생각대로 할 수 없었다.
여덟 시에 학교에 도착하면 8시 10분부터 아침 자율학습 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각종 기초 조사, 아침 청소, 회의 등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바쁜 시간이었다.
올해는 급당 정원 감소로 학급 수는 늘어났는데 그에 따른 교사 충원이 안 되어 우리 학교의 경우 교사 평균 시수가 22시간 정도가 된다.
하루 평균 4, 5시간 수업을 하고 잡무를 처리하고 나면 다시 청소 지도, 종례 시간이 된다.
거기다가 학적 업무 같은 중책까지 떠맡은 담임 교사들은 정말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이렇게 일선 교사들은 많은 수업 시간과 과중한 잡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불안정으로 인한 업무의 혼란 등으로 아이들과 눈 한번 맞추어 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꽤 오래 전에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던 외국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 나오는 히메나 선생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여서 그랬는가. 그 선생은 아이들을 열성으로 가르치고, 평가하고, 생활 지도를 하고.... 뛰어 다니는 일도, 힘들어하는 일도 없이 늘 온화한 미소로 아이들을 이끌고 있었다.
반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찾아가고, 가난한 아이가 있으면 집에 찾아가서 함께 걱정하여 해결할 길을 열고, 작은 고민까지도 함께 하는.... 그 때도 나는 그 마음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너무 부러웠었는데 모든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는 지금은 더 절실히 히메나 선생이 부럽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언제 잡무에서 해방되어, 오로지 아이들만을 생각하고 아이들 옆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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