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5분후에 도착한다더니..." 오열

대구 지하철 대참사 발생 25일째인 14일 오전 실종자 6명의 가족 12명이 월배차량기지를 찾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팀이 149명분 유해 중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통보함에 따라 유해를 인도 받겠다고 나선 것.

6가족 중 4가족은 대구가톨릭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학생 가족들로 실종자가족 대책위에 위임장을 내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2가족은 위임장을 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모두 이날은 유해를 인수하지 못했다.

0…실종자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10분쯤 월배차량기지에 도착, 유해가 안치돼 있는 검수창 맞은편 구내식당에서 20여분간 대기하다 국과수 집단사망자 관리단 정낙은 총괄팀장 등으로부터 유해 인도 절차를 설명 들었다. 이들은 우선 자신의 가족이 신원 확인된 20구에 속하는지 알기 위해 DNA 검사를 위한 채혈 번호, 실종자 이름 등을 적어 제출했고, 10시20분쯤 국과수측은 1명이 해당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해 줬다. 이번 참사 신원 미확인 유해 149구 중 첫 유해의 신원이 통보되는 순간이었다. 가톨릭대 학생 실종자 가족들은 10시30분쯤 검수창으로 들어가 유해 확인에 들어갔으며, "우리는 실종자 대책위 사람들과 다르고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으니 시신을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 측은 "유해 인도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서 하겠다"고 답했다.

0…이날 처음으로 유해 존재 사실이 확인된 사람은 대구가톨릭대 테니스 선수이자 사범대 체육교육과 4년생이었던 김종석(22.부산 대연3동)씨였다. 김씨의 아버지 대율(56)씨는 "이제는 종석이를 편하게 보내고 싶다"며 지체되는 시신확인 절차에 불만을 내보이기도 했으나 결국에는 "나머지 테니스 부원들도 모두 다 찾아 함께 가도록 하겠다"며 유해 인수를 미뤘다.

0…함께 현장에 도착한 같은 대학.학과 소속 테니스부원 3명의 가족들은 "이번 달에 열리는 '대학연맹' 테니스대회에 대비해 대구교대로 합동훈련을 하러 가다 사고를 당했다"며 가슴 아파했다. 서동민(22.2년)씨의 어머니 박인숙(48.천안 유랑동)씨는 "사고 당일이 동민이의 생일이었다"며 "이제는 빨리 동민이를 보내고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 함께 온 김모(22.여.대구 불로동)씨는 "동민이를 사귀고 난 후 처음 맞는 생일이어서 그날 저녁 생일파티를 하려고 책과 화장품 같은 선물을 준비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톨릭대 입학 예정이던 방민휘(19.포항 죽도동)군의 어머니 김미자(46)씨는 "그날 훈련시간이 10시부터여서 늦잠만 자지 않았어도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원통해 했다.

0…역시 입학 예정자였던 같은 팀 김택수(19)군은 오전9시 버스로 가톨릭대 기숙사를 출발해 9시30분쯤 안심역에서 전철로 갈아타고 가던 중 "5분 후에 도착하겠다"고 주장 송두수(4년)씨에게 마지막 통화를 남겼다고 주위에서 전했다. 김군의 어머니 고명옥(48.서울 방화동)씨는 "택수는 선수보다는 교수나 지도자가 되길 원해 성균관대.건국대 스카웃 제의도 물리치고 대구까지 왔다"고 했다. 2001년 말 말레이시아 세계테니스대회에서 준우승 할 정도로 기대주였으며 대학 졸업 후 지도자 유학을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는 것. "사고 나흘 전 고교 졸업식 뒷풀이 때였어요. 초.중.고교 때 코치들과 그 제자들이 한데 모였을 때 택수가 그날 따라 '엄마 고생했어요' 하며 소주를 석 잔이나 따라 주며 뽀뽀하고 유난을 떨었어요. 그게 마지막 보는 일이 될 줄은 몰랐지요". 택수군은 졸업식을 마친 이틀 뒤 대구로 내려왔다가 화를 당했다. 대구가톨릭대에는 지난 3일 명예입학했지만 어머니는 "택수가 하루라도 대학생활이라도 해보고 갔더라면 이만큼 가슴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0…이날 유일한 유해 확인자인 김종석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유해를 다른 테니스부원 3명의 유해와 함께 인수하겠다고 뒤로 미뤘지만, 함께 현장을 찾았던 나머지 2가족은 "위임장을 돌려 받아서라도 유해를 찾겠다"며 실종자가족 대책위를 찾아 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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