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이 관료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와 권위주의의 병폐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장관은 최근 문화관광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ct.go.kr)에 올린 '처음 드리는 인사말'에서 "참여정부의 출범 직전에 터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이제 막 공공의 직무를 시작하는 저 자신을 위한 무거운 교훈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프란츠 카프카는 일찍이 자신의 소설을 통해 개인의 운명과 성스러운 실존적 삶이 관료들이 앉은 책상들과 서류 더미 사이로 내던져지고 결정되는 관료주의의 거대한 성(城)을 묘사한 바 있다"면서 "(대구참사의) 무고한 피해자들은 합동분향소의 영정사진으로, 또는 실종자 가족의 애타는 호소문 속에 남아 있는데, 가해자들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가해자들의 맨 앞에는 자신이 사회 전체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아무도 자신의 사정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뒤틀리고 왜곡된 심사의 한 초라한 사내가 서 있다"면서 "그러나 그의 뒤에 늘어서 있는 수많은 다른 가해자들은 마치 흐릿한 그림자처럼 이름도 얼굴도 알아볼 수 없다"고 관료들의 무책임한 모습을 '흐릿한 그림자'로 묘사했다.
그는 '얼굴 흐릿한 익명의 가해자들' 중에 '나'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공직자들은 뼈아프게 자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료사회의 권위주의도 비판대상에 올랐다. 이 장관은 "장관실 앞에만 깔려 있는 붉은 카펫, 장관이 나타나면 부동자세로 서 있는 직원들,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무관 비서가 꼬박꼬박 장관의 차 문을 대신 열어주는 것, 장관에게 누구나 허리를 90도로 꺾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좀 실례되는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조폭문화'를 연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폭의 특징은 그것이 일반 사회와 격리되어 있어서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그래서 곧잘 영화나 드라마에서 흥미롭게 묘사되기도 한다"면서 "오늘날 행정문화 속에 이런 권위주의적인 독특한 문화와 관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행정부와 일반 국민과의 거리를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이 장관은 대구 지하철 참사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문제는 "공적조직이 맡고 있는 사회적 의사소통 기능이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눌려 마비되고 기형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장관은 직원들에게 "권위주의의 두꺼운 철갑 옷을 벗어던지고 부드러운 문화의 비단옷으로 갈아입자"고 당부하면서 "문화관광부가 국민들에게 '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꿈을 부여하는지' 안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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