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 해 물 이야기-(상)하천 고갈

'물 대란'. 소설, 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얘기가 아니다.

코 앞에 닥친 현실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환경보고서는 전세계 국가 중 3분의 1은 이미 물 난리로 고통받고 있고 2025년이 되면 3분의 2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0년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됐다.

또 2006년부터 물 부족 사태를 겪어 연간 4억t, 2011년엔 전국적으로 팔당댐 저수량의 8배에 이르는 20억t의 물이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UN은 이러한 물 부족 사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정했다.

올해로 열한번째를 맞는 물의 날의 주제는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the future)'이다.

물 위기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다시 한번 알리고자 2003년을 '물의 해'로 정하기까지 했다.

물 위기의 시대에 우리의 수자원 실정은 어떤지, 하천. 지하수 등 수자원 관리 실태 및 대책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하천에 왜 물이 없나

하천이 말라붙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구의 젖줄인 신천도 메말라 펌프장을 설치, 매일 10만t의 물을 상동교로 퍼올려 유지수를 확보하는 등 하루하루 응급 수혈을 받고 있다.

왜 하천에 물이 없는 것일까.

환경 전문가들은 강수량이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농경지 및 산림 면적이 급속도로 줄어든 반면 도로 건설 등 무분별한 개발로 국토가 온통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뒤덮였기 때문이라는 것.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80년 이후 전국적으로 연평균 72㎢의 산림이 사라졌고, 농지도 해마다 100~220㎢씩 없어졌다.

이는 대구 면적의 3분의 1~4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 매년 길이나 도로, 아파트 등 콘크리트로 덮인 셈이다.

이때문에 비가 와도 농경지나 산림,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증발하거나 바로 하천으로 흘러든다.

이로 인해 비만 오면 하천이 넘쳐 홍수가 난다.

반면 땅속에 스며들어 저장된 물이 없어 평소엔 메말라 비틀어진 건천이 되는 것이다.

물의 순환 파괴는 집수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집수역은 하천의 수량과 수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역이다.

강우가 하천으로 모여드는 지역인 집수역에서의 도시·산업화 등 무차별 개발로 수자원이 고갈되고 수질이 크게 오염됐다.

이는 1993년 국토 이용 관리법 개정 이후 토지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집수역 주변의 개발이 가속화됐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정인 실장은 "논이나 산림의 경우 우수기때 물을 저장해 홍수 피해를 막고, 저장된 물은 논바닥 아래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만들어내거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천의 건천화를 막는 역할을 하지만 도로 등 각종 포장 공사로 이들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집수역 황폐화로 수질도 이미 회복 불능에 처했다고 한다.

집수역에 몰려든 공장 및 축사 등의 무분별한 오염물질 배출로 하천의 자정 능력과 수용력을 넘어섰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회장은 "이젠 하천의 수용력 한계를 벗어나 이젠 더이상 수질 개선을 위한 뚜렷한 대책과 희망이 없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집수역 보호는 물론 개발 일색의 정책에서 벗어나 자연성을 보전하는 환경 중심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자연형 하천으로 정비해야

환경 전문가들은 제방 축조 등 무차별적인 하천 정화사업도 하천을 황폐하게 만든 한 원인이라고 한다.

하천의 직선화와 인공 제방으로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홍수 등 피해도 더 커졌다는 것. 이에 유럽 등 선진국들은 홍수피해를 막고 치수를 위해 직선화하고 정비했던 하천을 원래 모습이었던 구불구불한 사행천으로 다시 복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친환경적 공법이라며 콘크리트 대신 석재를 들고 나와 여전히 인공적인 하천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일대 신천 상류에도 석재를 이용한 하천 정화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때문에 가창면 행정리 행정교를 경계로 다리 좌우 양쪽의 모습이 확연히 구분된다.

공사중인 쪽엔 사람 몸체만한 자연석들이 쌓여 제방을 이루고 있고 하천 물길도 직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아직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다른 쪽엔 자갈과 잡초 등이 아우러진 자연 하천의 모습이 남아있다.

환경 단체 등은 이러한 방식의 하천 정화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일뿐 하천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아니라고 한다.

콘크리트 대신 석재로 제방을 쌓는게 자연형 하천이 아니라는 것. 하천에 인공 제방을 쌓고 물길을 직선화하는 것 자체가 하천 폭을 줄이고 뭍과 물을 단절시켜 수변 및 수중 생태계를 파괴시킨다고 했다.

이는 갈수기에 하천을 마르게 하고 홍수기엔 하천 범람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제방으로 직선화된 하천은 자연 하천에 비해 유속은 2, 3배, 파괴력은 4~9배 증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하천을 살리고 수자원을 보전하기 위해선 많은 예산을 들여 하천을 정비하는 대신 하천 폭을 넓히고 구불구불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고, 하천변에 버드나무, 갈대 등 수변 식생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갈, 모래가 있는 하천으로 만들어 하천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 생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류승원 회장은 "하천 유수면 확장 및 표면적을 다층화하고 자연형에 가까운 여울을 복원, 물이 굽이치는 하천으로 만들어 물의 자연 정화 기능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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