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브랜드'...도레이새한(주)

많은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해외투자 유치가 기업 경쟁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구미 도레이새한(주)을 꼽는다.

도레이새한의 탄생은 우리나라로서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1999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민간투자유치 규모로는 최대인 5억 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여 자본금 3천억원(일본 도레이사 70%, 새한 30%)으로 출범한 도레이새한은 당시 큰폭의 적자였다.

공급과정에 따른 경기침체를 겪던 국내 화섬업계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도레이새한은 이듬해인 2000년 곧바로 50억원의 흑자로 전환시켰고, 지난 해의 경우 흑자액이 무려 400억원을 돌파했다.

오는 2005년 매출액 8천억원, 세전이익 8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은 글로벌기업 도레이사와 새한의 시너지가 극대화 되면서 급격히 향상됐다.

1972년 제일합섬(주)으로 출발한 새한은 이미 필라멘트(원사), 필름, 부직포 등 폴리에스터 관련 소재 부문에서 나름대로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세계 19개국에서 100여 개의 사업체를 경영(연매출 약 14조원)하고 있는 일본 도레이그룹의 글로벌마케팅 능력은 엄청난 시너지를 가져다 주었다.

게다가 세계 화섬업체 중 기술력과 영업력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레이그룹은 최근 의학, 의료, IT(정보기술)소재 등 첨단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어 도레이새한이 세계 초우량 첨단 화학소재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도레이새한의 최대 매출원은 비디오, 오디오 등 저장매체와 전기전자 소재로 쓰이는 폴리에스터 필름. 전세계 이 분야 수요의 30% 이상을 공급하며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원사와 필름 등을 만드는 중간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칩과 원사 및 부직포가 각각 매출의 20% 및 17%, 13%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상황은 안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고, 중국이 새로운 경쟁자로 강력히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레이새한의 전략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기존 분야의 특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및 새로운 첨단분야의 개척이다.

세계 최고의 첨단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자랑하는 폴리에스터 원사공장은 고기능성 특화를 통해 경쟁기업의 추격을 따돌리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부직포(기저귀, 위생용품 등에 사용) 공장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42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 증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5월 새한으로부터 인수한 IT(정보기술)소재 분야는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다.

아직 매출은 미미(올해 380억원 예상)한 편이지만, 이 분야에 대해 일본 도레이사가 R&D(연구·개발)와 생산에 세계적 기술과 노하우를 키워 왔기 때문에 급성장이 예상된다.

현재는 물론 향후 상당기간 호황이 예상되는 휴대폰과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의 광확산 필름, 터치스크린 필름, 제어시스템 기판 소재 필름 등이 공략 대상이다.

도레이새한은 150억원을 투입해 올해중 추가로 IT소재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도레이새한의 경쟁력은 또 '사람은 가장 중요한 가치의 원천이다'는 슬로건에서 나온다.

전략회의 및 생산판매회의 노조참여 허용, 월별 경영현황 설명회 등을 통해 노조와 직원 모두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투명경영과 도시락간담회, 호프타임, 사내 그룹웨어를 통한 CEO와의 대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은 사원 모두의 일체감을 높이고 있다.

'노조의 임금조정 회사 위임', '2002 신 노사문화 대상', '현장 근로자 평균 연봉 4천500만원 이상' 등 많은 다른 기업에서 꿈처럼 여겨지는 일들이 가능한 것도 도레이새한이 가진 '상생'과 '나눔'의 철학이 일구어낸 성과다.

이영욱 부장(인사팀장)은 "도레이새한은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기업으로는 드물게 구미에 본사를 두고 있다"며 "지역에 봉사하고 노사가 함께 발전하는 아름다운 기업문화에 대해 긍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