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ARS·괴질)' 공포가 가정은 물론 기업체, 각급 학교 등에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병원에는 괴질 감염을 의심하는 환자들의 내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기업들은 주재원들의 귀국과 업무 중단 등으로 계약 연기, 수출 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보건당국의 긴장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포 확산=지역 병원에는 괴질을 의심하는 환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며칠전 중국에서 돌아온 김모(60)씨와 베트남여행을 다녀온 김모(57)씨는 1일 오후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증상을 보이자 괴질에 대한 불안감으로 수성구 지산동 한 내과를 찾았으나 단순 감기로 밝혀졌다.
이 병원 한정훈 원장은 "괴질의 초기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의 두려움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중국에서 최근 입국한 손모(33)씨는 괴질과 비슷한 증세를 보여 동산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감기와 폐렴증상으로 확인돼 1일 퇴원하기도 했다.
해외여행객도 급감하고 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 상해·청도·심양으로 떠난 중국행 항공편 10편에 탑승한 승객은 300명 이하로 종전 일주일 평균 600여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중국에서 대구로 들어오는 여행객들도 비슷한 숫자의 감소폭을 보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에서 방콕으로 떠나는 직항편도 주당 평균 200여명이 탑승했으나 최근엔 100명 이하로 감소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수하물과 우편물 등을 관리하는 대구세관, 경북체신청 등의 직원들도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대구세관 한 관계자는 "수하물을 직접 검색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며 공항공사에 소독 강화를 요청해 놓고 있다고 했다.
▲경제계 파장=삼성전자, 포스코, LG전자 등 중국과 동남아지역에 현지투자법인이나 해외사무소 등을 두고 있는 지역 기업들은 출장중인 임직원을 조기 귀국토록 하는 한편 이 지역 출장을 당분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160여명의 직원들을 파견해두고 있는 포스코와 포스코건설, 동국제강 등 포항지역 10여개 업체들은 괴질 감염 우려가 높아질 경우 현지 주재원과 가족들을 국내로 일시 철수시킨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북핵 문제, 이라크 전쟁 등 국내외 악재가 중첩된 상황이라 괴질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다"며 "바이어들간 직거래 대신 전화·팩스 등을 통한 무역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일 열릴 예정이었던 상해 국제피혁박람회가 잠정 연기됐고, 한국섬유연합회 주최로 이달말 개최되는 상해 패션대전도 괴질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바이어들의 참가 취소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섬유업체 관계자는 "상해 패션대전만 해도 구매력 있는 바이어들을 현지에서 직접 국내업체들에게 연결해 주는 전시회라 10여개 업체가 참가할 예정이었다"며 "괴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 마케팅과 제품 홍보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했다.
▲관련 당국 비상=보건당국은 괴질발생 국가에서 입국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대구시 보건과는 출입국 관련기관으로부터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명단을 전달받는대로 즉시 환자추적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는 전화를 통해 입국 5일째, 10일째 되는 날 괴질 관련 증세 여부를 확인하는 등 예찰활동을 적극화하기로 했다.
또 괴질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전담 진료기관으로 경대병원을 지정했으며, 대구시 의사회와 16개 의료기관에 "괴질과 유사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보건소나 시로 바로 연락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대구시교육청은 2일 각급 학교에 공문을 보내 괴질과 관련해 학생들에 대해 개인위생관리 및 예방요령 등을 긴급히 지도하라고 지시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