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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는 대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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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극년 대구은행장은 지난 2000년 취임했을 무렵 "대구은행에 예금해도 괜찮으냐"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은행이 공적자금을 받고 연명할 것이냐, 대형은행에 운명을 맡기느냐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을 때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대구은행은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한 해 1천억~2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우량은행으로 변신했다.

대구·경북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320여만명에 이르는 고객을 가질 정도로 영업기반도 탄탄하다.

이제는 '수성'에 치중할 법 한데도 대구은행은 혁신을 통한 성장을 경영목표로 다시 한번 용틀임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지역밀착 경영을 통한 고객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K-프로젝트

지난 3일 구미시 송정여중 한 교실. 학생 수십여명이 대구은행에서 주최한 '금융교실'에 참가,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어른이 돼 부자가 되려면, 신용카드 바르게 알고 제대로 쓰기, 신용불량자가 안 되려면 등이 강의의 주된 내용. 이날 강의는 지역 중·고생을 대상으로 대구은행이 마련한 금융교실의 첫 행사였다.

대구은행이 목표로 잡은 금융교실 수강인원은 약 8천명. 류창섭 연수팀장은 "청소년 신용불량자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금융문맹을 퇴치하고,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져 금융교실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교실의 속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지향점은 훨씬 먼 곳에 있다.

미래의 고객인 청소년들의 대구은행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장래 우수고객을 만들어 유치한다는 게 금융교실의 진정한 목적이란 얘기다.

김 행장의 영문 이니셜을 딴 K-프로젝트(지역밀착 경영)를 통한 대구은행의 '고객창출' 노력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고객특성에 맞춘 조직 개편. 이달 초 은행은 효율적인 성과관리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점을 특성별로 분류한 '개인영업그룹' 제도를 도입했다.

영업점을 규모에 따라 ABC 등급으로 나눴던 것에서 탈피, 고객특성에 맞도록 영업체제를 구축하자는 뜻에서였다.

공공특수 및 공단형, 도심 및 상가형, 아파트형, 주택형, 기타 역외 지역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성과관리를 담당할 그룹장(長)을 임명했다.

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는 임상녕 부행장은 "그룹별로 우수마케팅 사례를 공유하고, 영업점 특성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해 현장중심의 영업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신세대 직원들의 회의체인 '2030 경영회의'도 운영하기로 했다.

8월부터 시행되는 방카슈랑스에 맞춰 '방카슈랑스사업팀'을 신설하고 직원연수를 통해 보험대리점 자격자 692명, 보험설계사 자격증 취득자 1천85명도 확보했다.

또 '종합투자금융팀'을 신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지역개발사업 및 SOC(사회간접자본) 시장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적극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

대구은행은 지난 2월 240여명이던 'DGB 봉사단'을 직원 1천2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바꿨다.

본점은 사업본부별, 대구지역은 구별, 포항·구미·경산·서울은 각 지역별로 총 20개의 지역봉사단을 구성했다.

작년 2월 출범한 'DGB봉사단'은 봉사에 앞장서 지역민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백혈병 어린이돕기 헌혈에서부터 복지시설 외식나들이 행사, 신천금호강 사랑운동, 사랑의 쌀나누기운동, 결식아동돕기, 무료급식소 지원 등 봉사활동은 다양하다.

대구 지하철화재 참사에서도 봉사단의 활동은 빛났다.

중앙로 사고 현장 주변 및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시민회관 등에서 식·음료를 제공하고 현장주변정리 등 봉사활동을 해 유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

성금 3억여원을 전달한 대구은행은 지하철 사고로 피해를 입은 개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1억여원을 대출해줬다.

이화언 수석부행장(기업고객본부장)은 "지하철 사고 피해기업에 대한 전체 금융지원의 90% 이상이 대구은행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통장'을 만들어 기금을 조성한 대구은행은 대구FC에 출자, 최대주주가 됐다.

DGB 봉사단장인 김 행장은 "'지역민=고객'이란 인식을 갖고 은행 이익을 지역에 환원, 풍요로운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대구은행 임직원들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업 그레이드' 대구은행

대구은행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경영목표 중 하나가 투명경영. 고객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서는 선진 금융회사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공시의무 성실이행,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 등 대구은행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에 132회에 달하는 국내·외 기업설명회 개최를 개최, 금융권에서 최다를 기록했을 정도.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구은행은 한국증권거래소로부터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등재됐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구은행의 가치를 인식, 투자에 나서 외국인 지분율이 2000년말 0.79%에서 작년말에는 20%로 급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의 민원평가에서는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한국마케팅학회에서 주관하는 제11회 마케팅 프론티어상 수상기업으로도 선정됐다.

박성동 부행장(개인고객본부장)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회사로 발돋움 하는데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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