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은 한국인 탑승객 111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던 김해공항 중국민항기 추락사고 1주기.
참사의 기억은 무심한 시간의 흐름속에 이미 흐릿하게 잊혀져 가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가슴에는 새삼 복받치는 서러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사고로 가정이 풍비박산된 것은 물론 아직 사고 여객기회사인 중국민항측으로부터 한 푼의 보상금도 받지 못해 겪는 겹고통은 차마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그 애가 죽고 시신도 찾지 못하자 아내는 실성한 듯 누웠고 가족들은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서로 말을 거는 것조차 꺼리고 눈치만 봅니다".
건실한 회사원이던 맏아들(40)을 잃은 한 노인은 몇번이나 "아들의 죽음을 대신할 수 없었던 것이 한스러울 뿐" 이라며 천붕의 아픔을 되뇌었다.
정유엽(44.안동시 용상동)씨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 다행이라 여기던 것도 잠시, 전신화상과 골절 후유증으로 기약없는 투병생활을 해야할 처지에 몸서리친다.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중국민항이 지난 1월 이후 진료비 지불보증을 끊어 병원에서 내쫓기듯 퇴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희생자가족대책위원회 최교웅(49)사무국장에 따르면 중국민항은 사고이후 유족과의 협상에서 사망자 보상금으로 1인당 일괄 2억3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일시소득분은 호프만 방식으로 별도로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지난 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때 지급된 보상금 2억7천500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이었다.
또 일시소득분을 받을 수 없는 노인사망자 유족들의 반발로 합의가 무산됐다.
이후 수차례 보상협상이 있었지만 중국민항측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아 계속 공전됐다.
유족들은 더이상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국제변호사와 국내 손해사정인을 통해 부산지방법원에 보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해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민항측은 피해보상문제가 소송 중이라는 이유로 지난 1월28일부터 부상자에 대한 치료비 지불보증을 전면 중단해 버렸다.
이 때문에 사망자가족들의 생계비와 치료비 등은 고스란히 유족과 피해자들이 짊어지게 된 것이다.
목숨을 잃고 다친 것도 억울한데 정말 기막히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중국민항의 국제관례를 무시한 보상협상 자세도 문제지만 우리 관계당국의 무성의와 저자세도 일이 꼬이게 한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희생자가족들은 외교부와 건교부가 사고 직후 보상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당국와 긴밀히 협조한다고 밝혔으나 용두사미였고 아무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현정부에도 섭섭함이 있다.
사고직후 노무현대통령 후보가 현지를 방문해 사태수습 지원을 약속했던 점을 상기, 대책위원회는 올해초 대통령인수위에 건의문을 냈다.
△부상자와 사망자 유족 중 생계곤란자 보상금 선급 △사고조사회의 유가족 참여 △한국정부의 자주적인 사태해결 등이었으나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대책위는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인천국제공항과 중국항공국내 지점 등을 돌며 보상금 지급과 부상자 치료지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최국장은 "희생자가족들은 참사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 중국민항과 외롭고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국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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