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 1988년(1996년 수산법인 확대) 640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시영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지난 2001년 8월 부실 도매법인의 지정취소와 법인간 합병 등 일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1년8개월째 불·탈법 경매와 무질서에 휩싸여 있다.
생산지 농민들에게는 적정 이윤을, 소비자에게는 싸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류 공급을 위해 조성한 대구시영 도매시장의 정상화 방안을 찾아본다.
▲구조조정도 효과 없어
현재 효성청과·중앙청과·농협·원예농협·대양청과 등 5개 청과법인과 대구종합수산·대구수산 등 2개 수산법인 등 7개 농·수산 법인과 350여명의 중도매인들을 둔 도매시장. 하지만 대구 도매시장에서는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각각 농수산물을 위탁상장, 도매하거나 물량을 수집, 매매를 중개하면서 생산자에게는 높은 가격을 받아주고, 소비자에게는 적정 가격에 농수산물을 공급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아 말썽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비슷한 등급의 무·배추 가격이 법인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가 하면, 가격을 낮춰 낙찰 받고 제값을 뒤로 주는 '위장거래', '결탁거래'까지 횡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도매인들이 무, 배추에 대한 비상장화를 노리는 경매거부사태까지 빚어진 것이다.
▲시장 정상화 대책
우선 불·탈법 행위를 자행한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등을 엄격 관리, 적법한 선에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대구시가 법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각 유통주체들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타 주체의 역할 침범을 금기사항으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의 경우 법인 구성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는지를 수시 확인하는 한편 물량수집을 위해 산지 농민이나 유통인들에게 지원하는 '출하선도금'을 충분히 지급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실제 최근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거부했던 도매법인의 경우 출하선도금 지급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주와 중도매인 분리가 확실히 이뤄졌는지도 봐야한다.
주중분리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통주체별 역할분담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도매법인 유지의 가장 기본사항을 제대로 이행치 않는 법인에 대해서는 지정기간이 만료되면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른 도매법인들에게 "정상적인 법인운영으로 시장질서와 농수산물가격안정에 기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도매법인의 산지 물량수집 기능을 높여야만 당연시되고 있는 중도매인들의 산지물량을 수집을 근절시킬 수 있다.
현재는 상당수 중도매인들이 자신들이 산지에서 수집해 온 농산물을 경매해 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경우 낙찰가격이 제대로 형성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시장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수를 줄이는 획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위장경매와 결탁거래 등 불법행위 근절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거래에 의한 수수료로도 생계가 가능한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한 때문이다.
현재 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은 350명(채소 260명, 과일 90명)에 이른다.
대구시와 중도매인협회, 법인 관계자들은 모두 "현재의 중도매인수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말한다.
시장규모와 물량 반입량 등으로 미뤄볼 때 법인과 중도매인수를 현재의 절반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도매인 한 사람이 월평균 5천만원어치는 거래해야 경락금액의 6%와 0.5%를 도매법인 수수료와 시장사용료로 내고도 마진(5%선)으로 달린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도매인연합회 김종기 사무국장은 "중도매인 가운데 10% 정도만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서 "최근 스스로 도매시장을 떠나는 중도매인 수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법인의 경우도 유사 성격의 소규모 법인을 통폐합하고, 불·탈법 행위를 고질적으로 일삼는 법인은 지정기간이 끝나면 퇴출시키는 등 소수정예화로 견실을 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할인점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시설의 무·배추의 공급을 분담하면서 존립의 갈림길에 선 도매시장의 위상과 기능을 더 넓힐 수 있다.
▲비상장은 금물
중도매인들은 최근 대양청과의 경매중단 사태와 관련, "수집능력이 부족한 법인 대신 직접 농산물수집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 중도매인들도 산지농산물 수집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매과정을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들이 농민이나 유통인들로부터 바로 무와 배추를 사들여 도·소매인들에게 파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이들은 무·배추의 비상장화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설자인 시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면서도 무·배추를 비상장화 해줄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무·배추의 비상장 추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비상장으로 초래될 수 있는 농산물 거래의 투명성 상실, 농산물 거래대금 지급여부 확인 불가능, 농산물 가격통제 불가능, 생산자의 제값 못받기, 중도매인들간 채소가격 담합 등 현실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농안법'상 비상장 거래는 개설자인 대구시만 허락하면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거래는 △반입물량이 극소량인 경우 △품목의 특성상 해당 품목을 취급 중도매인이 극소수인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경매나 입찰이 곤란한 경우 등으로 제한, 반입물량이 많고 서민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배추의 비상장품목화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이 때문에 전국의 30개 도매시장 중 대부분(25개)이 비상장 거래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서울가락·부산엄궁·부산반여·대구 도매시장의 경우 일부 품목에 대해 비상장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 대비 그 수량은 극히 적은 편이다.
특히 서민 식탁의 기초 반찬인 무·배추를 비상장 거래하고 있는 시장은 농림부가 시범실시하고 있는 부산의 도매시장 두 곳 뿐이다.
이곳 역시 시행 초기에는 반입물량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래물량이 줄어드는 등 상장거래 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유리한 점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도 무·배추의 비상장화는 소비자들에게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아래 절대 추진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범 실시한 제도가 좋다면 왜 농림부에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을 하지 않겠느냐"며 반문할 정도로 입장이 완고하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