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경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세계 경기 위축에다 불합리한 내수 유통 구조로 총체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지만 공동 브랜드 육성, 신소재 개발 등 대구시 대책은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업계는 세계 10위권인 국내 안경산업을 오는 2010년까지 세계 2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산업자원부 방침에 따라 시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가칭)' 대구 설립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센터 역할이 하드웨어 구축에 치우쳐 브랜드 개발, 공동 마케팅 강화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총체적 위기
한국광학조합에 따르면 대구는 500여개에 이르는 국내 안경업체중 400여개 이상이 밀집해 있는 안경산업 특화지역으로, 매년 지역에서 생산되는 안경이 전국 생산량의 8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안경제조업체들의 80% 이상이 자본금 3천만원 이하, 종업원 수 4명 이하의 영세업체로 90년대 이후 중국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대구 안경산업은 7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96년 2억4천847만달러에 이르던 안경 수출액이 해마다 감소, 1999년엔 2억1천515억만달러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엔 1억6천821만달러에 그쳤다.
올 2월 현재 수출액도 2천582만달러에 불과, 지난해 2천881만달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안경 수출액이 감소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저가공세 때문이다.
전체 해외 시장의 40%에 육박하는 미국 지역 경우 한국 수출단가는 5달러 수준이지만 중국은 절반도 안되는 2달러 이하라는 것.
지역 안경 제조업체들은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 내수시장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유 판매 형식인 선진국과 달리 국내 제조업체들은 판매 경로는 도매 시장으로 한정돼 안경사 자격증을 소지해 소매가 가능한 서울, 경기 지역의 대형 안경점이 국내 유통구조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
업체 관계자들은 "대형 안경점들은 외상으로 물건을 구입하기 일쑤인데다 3개월안에 지급해야 하는 어음도 6개월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부가가치세까지 제조업체들에 떠넘기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마진율이 낮고 인지도가 부족한 국산 안경보다는 마진율이 높은 수입안경이 내수시장을 점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광학조합에 따르면 900억원에 이르는 내수시장에서 수입제품 점유율은 2001년 기준 65.5%에 달하고 있고, 중국 저가 제품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점유율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서비스 부문의 개방화가 봇물을 이루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비자격자의 개업이 금지된 안경사, 회계사, 약국, 로펌 등에 대해 관련 법규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첨예한 이해관계에 얽혀 실제 개정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헛구호' 대구시 대책
대구시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지역 안경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대구시 공동브랜드인 쉬메릭에 안경업체들을 포함시키는 한편 세계 안경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티타늄 소재 개발 등에 착수했지만 수년째 아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4개 안경업체가 참가한 쉬메릭의 경우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에서조차 제대로 홍보가 안돼 지금은 단 한개 업체만이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안경산업의 경우 영국 20/20 등 세계적 권위의 안경잡지 등을 통한 자체 홍보와 자본은 부족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제조업체와 해외마케팅 역량이 뛰어난 비제조업체와의 전략적 제휴 등이 절실하지만 쉬메릭은 분야별 조직적 마케팅 체제가 전무하다는 것.
시가 2001년 12월 지역 티타늄 가공업체인 K.P.C에 2억원을 지원해 실시하고 있는 안경용 티타늄 개발도 지지부진하다.
예산 지원 액수가 턱없이 모자라 1년 기한을 이미 넘긴데다 수익성 문제로 시와 업체간 이견이 커 올해 안으로 생산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인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안경 제조업체들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는 티타늄 가격은 kg당 40만원대 수준으로 수출단가가 개당 12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자체 가공 공장을 갖춰 티타늄을 생산하는 중국은 6달러에 불과해 티타늄 가공 체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대구시의 성의있는 해결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
총제적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지역 안경업계는 그나마 대구시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번에 걸쳐 산업자원부와 구체적 논의를 끝낸 한국안경산업종합지원센터 설립이 지역 안경산업의 재도약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시가 국비 126억원, 시비 51억원, 민자 3억원 등을 들여 내년부터 2006년까지 북구 노원동 3공단내 안경제조업체 밀집지역에 연면적 1천300여평, 지상 8층 규모로 설립할 예정인 센터는 시험·검사장비 구입(25억7천만원), 정보시스템 구축(9억5천만원), 신소재 및 애로기술 연구개발(50억원)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또 센터엔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 대한안경사협회, 한국안경패션산업협회, 한국안경테도매업협동조합, 한국안경광학회 등 안경관련 5개 단체가 안경산업연합회를 구성해 입주하고, 대구국제광학전(DIOPS) 조직위원회 사무국과 아사아안경연맹(AFOA)한국사무국 등이 상주, 안경산업의 발전을 이끌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는 센터 역할이 밀라노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 구축에 집중돼 소프트웨어 분야 활성화가 소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0%이상이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안경업체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동 브랜드 및 공동 마케팅이지만 센터 설립 계획안에 이 분야에 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
시 관계자는 "구체적 사업 내용은 확정짓지 못했지만 센터에 브랜드 및 디자인 개발실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업계 전반의 요구를 폭넓게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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