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망 딛고 희망가 부를 날은...

"우리 운명은 왜 이다지도 기구할까요?"

병상에 누운 남편 박문균(62.대구 신암동)씨의 손을 꼭 잡은 문봉순(50)씨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그러나 문씨의 울먹임에는 사설이 없었다.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인인 탓. 말은 커녕 몸 가누기도 힘겨워 보였다.

아내의 손을 잡기만 할 뿐 토닥여 줄 힘조차 없는 남편은 지금 막 위암 수술을 받은 참. 그러나 남편을 정작 말 없게 만든 것은 가난한 두 식구에게 닥쳐올 앞날의 막막함인듯 했다.

그 역시 소아마비 1급 지체장애인.

박씨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읜 뒤 천애 고아로 세상 풍파를 혼자서 겪어야 했다.

목발을 짚어야 하는 몸으로 손수레를 끌고 인형.휴지.연필 등 장사를 닥치는대로 했다.

아내 문씨는 뇌성마비 장애때문에 어려서 버려진 후 전국 곳곳의 보육원.재활원을 전전했다.

늘 허기지고 인정이 그리웠던 사람들.

인생의 종착점이라 생각했던 그 즈음 두 사람은 한 복지시설에서 만났다.

늦은 인연이 맺어진 것은 10여년 전. 그리고 두 사람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 몸부림쳐 왔다.

남편은 아내의 손이 됐고 아내는 남편의 발이 됐다.

박씨는 오토바이를 개조해 아내가 탈 보조석을 만들고 뒤에는 손수레를 달았다.

재래시장 한쪽에 내려주면 아내는 자리를 깔고 조화를 팔았다.

남편은 길거리를 돌며 인형을 팔았다.

둘의 하루 수입은 합쳐 2~3만원. 그나마 IMF사태 이후 줄었지만, 그래도 저녁이면 지친 몸 뉠 영구임대아파트가 있고 서로 위안돼 줄 짝이 있어 좋았다.

그러나 그 정도 행복도 과도한 욕심이었을까? 얼마 전부터 음식을 제대로 못먹어내던 남편이 지난 달 초 위암 판정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난 문씨는 어려운 이웃을 돌봐주는 성심복지의원(대구 남산동)으로 내달렸다.

이곳에서는 5, 6년 전 자신들 부부에게 틀니를 해 주기도 했다.

도움을 받아 지난달 22일 다행히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일이 그것으로 다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수술비도 걱정이지만 그보다 더 큰 근심거리는 남편이 퇴원해도 오토바이 운전은 커녕 목발 짚기조차 어려워지리라는 것. 아내도 덩달아 바깥 출입을 못하게 될 판이다.

밖에 못나간다면 무슨 수로 하루 2~3만원이나마 벌 것인가?

성심복지의원 측은 "두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전동휠체어를 마련할 수만 있어도 큰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053)256-9494(성심복지의원). 대구은행 066-08-289372-001(예금주 박문균).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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