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병에 효자없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 부양, 특히 질병에 걸린 노부모를 모시는 자식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말이다.
특히 '치매'는 가정 파괴의 병이라고 할 정도로 환자 가족들에게 던져주는 고통이 크다.
'효'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핵가족이 정착된 요즘 시대에 부모가 '치매'에 걸렸다면 자식들은 어떤 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까. 40, 50대와 30대, 그리고 20대의 세대별 목소리를 통해 부모 부양의 책임과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딸·아들에 대한 차별성,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된 모습 등을 살펴봤다.
◇40, 50대 중년 남성
자리를 함께한 3명의 중년 남성들에게 '치매'는 남의 문제가 아니었다.
의도된 초대가 아니었지만 3명 중 2명이 치매를 앓는 가족이 있었다.
이들은 치매 환자가 겪는 고통은 당하지 않는 이들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부모버리는 자식'의 심정과 '고려장'을 이해할 정도라고 했다.
유교적 가치관을 갖고 살아온 이들 세대는 치매 부모의 부양에 대해서는 혼재된 의견을 보였다.
다른 형제들의 도움을 바라면서도 아직은 아들, 특히 장남의 책임으로 생각했으며 부모의 복지 시설 입원에 대해서도 갈등을 겪고 있었다.
또 부모 부양에 대한 형제간 갈등과 경제적 문제도 말 못할 고통으로 꼽았다.
토론에는 곽태수(54·자영업), 김규호(50·청라엔지니어링 대표), 이경호(42·경산경북약국대표)씨가 참석했다.
#토크&토크
곽=아버님이 6년째 치매를 겪고 있다.
그 고통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집사람이 다른 형제들에게 한달씩만 부모님을 모시면 남은 여생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제안했을 정도로 형제라도 모시지 않은 사람은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이=나도 치매 할머니를 막내 삼촌이 모시고 있는데 치매 초기엔 "왜 그렇게밖에 모시지 못하냐"는 질타로 숙모님이 상당히 마음 고생을 겪었다.
김=친구의 경우도 치매 부모를 모시는 어려움보다 부모에게 잘하지 못한다는 다른 형제의 비난으로 더욱 괴로움을 겪었다.
한때는 '죽일놈'이라며 형제끼리 얼굴도 보지 않을 정도였다.
곽=부양문제는 아직 장남의 몫이다.
아버님의 경우 장남인 내가 모시며 일주일에 한번 여동생이 온다.
5형제가 있지만 공동 부양은 민감한 문제다.
제매들도 '아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딸들 입장에선 며느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이=할머니의 경우 유산을 받기로 한 막내 삼촌이 모시고 있다.
아직은 유교적 가치관이 강한 만큼 아들 또는 장남의 책임이 크다.
김=장남이란 이유로 혼자 감당키에는 힘든 문제다.
아들끼리 솔직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문제를 며느리나 딸에게만 맡겨 불화를 겪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치매는 병원에 가야한다.
그러나 비용도 만만치 않고 70, 80대 노인들은 자식들이 자기를 버린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할머니의 경우 병원에 입원을 했으나 본인의 거부때문에 집으로 왔다.
곽=나는 아직 고민중이다.
사실 날이 얼마남지 않은 분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매달 100만원이 넘는 경제적 비용도 부담이 된다.
김=우리 세대는 주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 선배는 치매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을 반대하는 형제들에게 한달씩 부모를 모시게 한뒤 요양원 입원에 대해 합의를 봤다.
◇30, 40대 여성
부모 부양에 있어 '딸'과 '며느리'의 입장을 조금씩 달리했다.
아직은 '시댁, 시부모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치매 부모의 복지 시설 입원은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시댁으로 인해 겪는 며느리들의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민감을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말못한 시댁 스트레스에 치매 시부모까지 혼자 감당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토론에는 가정주부인 김선희(42), 배은유(30)씨와 미혼인 박정미(30)씨가 함께했다.
#토크&토크
배=부모님이 치매에 걸린다면 당연히 요양 기관으로 모셔야 한다.
멀쩡한 시부모를 모시는 친구들 중엔 스트레스로 위장병이 걸리거나 머리가 빠진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있다.
김=공감한다.
당연히 병원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시부모 모시는 며느리중 고민없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시부모가 질환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박=나는 시부모와 함께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다른 두명은 아직 결혼하지 않아 철이 없다고 입을 모음). 그러나 친구중에 시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없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치매'가 있다면 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것 아닌가.
배=미혼때 결혼하면 남편과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니 시댁 식구와 사는 것이었다.
남편이 장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집안 문제의 무게 중심은 아무래도 장남에게 있다.
김=우리는 시부모님을 셋째 며느리가 돌보고 있고 형님이 교회에 나가시기 때문에 제사는 내가 전적으로 도맡고 있다.
부모 부양은 형제가 같이 해결해야 될 문제다.
그러나 생활이 시댁 중심인 결혼한 딸에게는 강요할 수 없다.
박=나는 딸·아들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자식 수가 두세명 밖에 되지 않는 만큼 시댁 또는 친정 부모 중에 문제가 있다면 부담을 나누어야 할 것 같다.
배=만약 치매부모를 집에서 모신다면 돌아가며 모셔야한다.
각자 경제적 능력이 다르겠지만 단돈 1천원을 내더라도 자식된 최소한의 의무는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20대 대학생
그들은 부모 부양에 대해 자식의 의무보다는 부모의 책임쪽에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였다.
또 장남과 딸, 아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직 '치매'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탓에 주로 토론이 부모부양의 의무쪽으로 맞추어 졌다.
하지만 치매 부모의 복지시설 입원은 다른 대안이 없는 당연한 '합리적 판단'이라고 했다.
토론에는 경북대 박정민(컴퓨터공학부 3), 이현경(영어교육과 3), 이세호(토목공학과 복학 3), 정문경(윤리교육과 2) 씨 등 남녀 4명이 참석했다.
#토크&토크
박=형이 있지만 주로 외국 생활을 많이 하는 탓에 내가 모셔야 될 것 같다.
또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싶다.
장남과 차남의 구분은 없는 것 같다.
이현경=부양 책임은 딸보다는 아들에게 있다고 본다.
나도 결혼하면 시부모를 모셔야 되지 않는가.
이세호=내가 장남이라서 그런지 장남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요즘 자식 구분이 없다고 하지만 어릴적부터 주변 환경을 통해 의식적으로 '장남'이란 부분을 느끼고 있다.
정=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우리집에 사신다.
엄마가 셋째 딸이고 외삼촌이 있지만 다른 가족들과 의견 충돌이 없다.
부모 부양은 형편에 맞추면 된다고 본다.
이현경=우리 부모님은 두분다 직업 갖고 계시고 평소 자식에게 기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다.
나도 내 노후는 스스로의 몫이라 생각한다.
박=부모님이 보험업에 종사하시기 때문에 보험을 많이 들어 놓았다.
나 또한 노후 준비를 할 것이다.
이세호=당연히 노후 준비는 스스로 해야한다.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를 봤는데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물론 자식에게 의지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된다고 본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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