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이 도심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한산하던 중국어학원들이 귀국 유학생들로 북적대는 반면, 각급 학교들에서는 불안때문에 양호실을 찾는 학생이 늘거나 친구와의 접촉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어학원 때아닌 호황=사스를 피해 중국에서 귀국한 단기연수생이나 유학생들이 "중국어 감각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며 잇따라 학원에 등록, 중국어학원들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수강생이 없어 강좌까지 폐지해야 했던 불과 10여일 전 사정(본지 4월24일자 보도)과 완전히 달라진 것.
대구 대봉동 ㄹ중국어학원 경우 지난주부터 귀국한 중국 유학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수강생이 100여명에 이르렀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종로1가 ㅂ중국어학원 현재 수강생은 50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삼덕1가 ㅎ외국어학원 관계자는 "이맘때는 학원가 비수기여서 수강생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도 올해는 상황이 영 다르다"고 했고, ㄹ중국어학원 관계자는 "일주일쯤 전부터 중국에서 돌아온 유학생들로부터 수강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ㅂ중국어학원도 이번 주부터 잇따르는 귀국 유학생들의 수강 문의때문에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귀국 유학생으로 인한 사스 우려를 없애기 위해 학원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ㄹ중국어학원 관계자는 "사스 위험지역에서 입국한지 3주가 지나야 수강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고 말했고, 대부분 중국어학원들도 관련 내부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들에서는 과민 긴장감=초.중.고교에서는 사스 불안감으로 교내 양호실을 찾는 학생이 늘어 비상이 걸렸다.
또 감기 증상이 나타나거나 조금 열이 나는 친구가 있어도 접근을 피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 신명여고 이종완(55.여) 상담보건교사는 "감기.몸살기운만 나타나도 사스와 연관성이 없는지 알아보려는 학생들이 하루 평균 20여명 된다"며 "대화 등을 통해 안정감을 주려 애쓴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초교 정혜영(35.여) 보건교사는 "6학년 등 고학년 학생들 중에는 양호실을 찾아와 '사스 증상이 어떤 것이냐' '이런 것이 보도됐는데 그게 무엇이냐'는 등 이것저것 물어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때문에 학교에서도 담임교사의 사스 예방법 교육 및 가정통신문 발송 등을 통해 예방교육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학생 박지영(15)양은 "국내에도 사스추정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있은 후 감기 걸린 친구 곁에도 잘 안 간다"며 "점심시간 밥 먹기 전 손 씻는 경우가 늘었고 하교길에 손잡고 다니는 애들을 보기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는 유학 온 중국인 학생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역내 모 대학 경우 기숙사내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씻거나 밥을 먹는 일을 피하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학생들이 전했다.
ㄱ대 4년 배모(23.여)씨는 "학생들이 특히 사스 발생 후 들어온 일부 중국인 유학생과의 접촉을 꺼린다"며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교영.문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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