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화가 변종곤 개인전

"며칠전 미국에 다시 들어가 작품을 새로 가져왔어요. 고향에서 전시회를 여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서울 부산에 이어 3일부터 갤러리M(053-745-4244)에서 개인전을 갖는 재미화가 변종곤(55)씨는 "고향에서 전시회를 열 때마다 무척 부담스럽다"고 했다.

지난 2000년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3년만이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신은 죽었는가?(IS God dead?)'. "9·11테러 당시 뉴욕 브루클린의 아파트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봤어요. 남녀가 손을 잡고 뛰어내렸는데 마치 '신은 죽었는가'를 외치는 것 같았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충격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는 줄곧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2년 가까이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그 사건을 곧바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문명의 참상과 실존의 비극, 문명의 충돌 등의 메시지를 작품속에 불어넣는 방식이다.

기법적으로는 예전의 극사실적 페인팅 보다는, 저울 시계 등 폐품이나 기존의 물건을 조합해 새로운 형상과 의미를 담아냈다.

베네통의 유명한 광고를 빌려 신의 존재를 묻고, 아홉개의 열쇠에 붙잡혀 허우적 거리는 남성을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9·11테러가 미국인에게는 비극이었지만, 영감을 얻으려는 화가들에게는 좋은 에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얼핏 그의 작품이 '매우 미국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그는 "동양철학을 바탕에 깐 시각으로 서양문명을 바라보고 비판하는 작업"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그는 대구에서 작업을 하다 81년 도미,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해외파 중 몇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화가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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