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함 속에서도 독특한 대학문화와 질서가 있는 곳. 시류와 유행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곳. 잠들지 않는 경산 대학촌의 밤 모습은 어떨까.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밤 경산경찰서 북부파출소를 찾았다.
이곳은 대학생들이 마시고 즐기고 잠을 잘 수 있고,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구색'을 갖춘 경산 대학촌의 중심지인 영남대 정문 앞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장대비가 내려 몇 미터앞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운 밤 9시30분쯤. 원룸촌 순찰도중 112 지령실에서 영남대 정문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무전이 날아왔다.
현장에 출동하자 차량에 부딪친 20대 여성이 바로 옆 경산소방서의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난뒤였다.
"대학생들 중에는 요즘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는 수가 부쩍 늘면서 왕복8차로 도로도 복잡하다.
도로가 넓어 일부 운전자들이나 대학생들이 과속이나 무단횡단으로 가끔씩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하는 이태돌 경사와 정찬국 경장. 지성인들의 준법의식 결여를 꼬집었다.
밤 10시 10분쯤 조정권.최성호 경장이 탑승한 순찰차에 또다른 지령이 떨어졌다.
가정집 대문 앞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술냄새가 나는 남자 대학생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쓰러져 있어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과음으로 땅바닥에 쓰러진 대학생들을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밤 11시30분쯤 영남대 정문앞 상가로 출동하라는 무전이 또 왔다.
술에 만취한 대학생들이 "너희들은 뭐야. 이 XX들아" 등등 욕설을 하면서 횡설수설했다.
경찰관들은 이같은 일은 예사롭지 않은 듯 이들을 달래 귀가시켰다.
경찰은 "술 마시고 한 때 실수로 싸우다 폭력전과라도 올라가면 앞길이 창창한 대학생들의 장래에 타격을 줄까 걱정이 된다.
사안이 경미하고 처벌을 원치 않으면 화해를 시켜 돌려 보낸다"고 말했다.
새벽 2시40분쯤 야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3시쯤 교통사고 환자가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이 왔다.
경찰은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가 사체를 살펴 촬영, 상부 보고, 순찰근무를 하는 중 어느새 새날이 밝았다.
"오늘은 그래도 조용한 편입니다.
어떨 때는 새벽 4, 5시까지 여기저기서 술취한 대학생들끼리 소란을 피거나 싸워 신고받고 출동하다 보면 인근 압량.동부파출소에 지원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오전 9시까지 이렇게 시달리면 몸은 녹초가 된다"고 말하는 이태돌 경사.
시대변화에 따라 대학가의 치안수요도 변한다.
특히 경산 대학촌은 다른 도시와는 판이하다.
특히 2, 3년 전부터 경산 대학가 주변에서는 원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남들로부터 간섭받기를 싫어하고 사생활을 보호받고자 하는 신세대 취향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영남대 주변인 임당.대동.삼풍동, 대구대 주변 진량읍 상림.평사리, 하양읍 등 대학이 있는 곳이면 '하루에도 몇채의 원룸이 들어선다'고 할 정도다.
원룸의 '캠퍼스 포위'로 영남대 주변 800여동을 비롯해 경산에는 약 1천500여동 2만3천여 가구 정도로 추산할 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
하나의 거대한 촌(村)을 형성하고 있는 원룸촌은 세입자들이 많지만 서로에 대한 무관심, 무간섭 등으로 강.절도 및 폭력, 성폭행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해 새로운 치안문제로 등장했다.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북부파출소에서 발생한 7대 범죄는 모두 182건. 이중 폭력이 93건(51.1%), 절도 79건(43.4%), 강도.강간 각 2건(2.8%)순이다.
시간대별로는 심야(159건), 저녁(76건) 등의 순이다.
당사자들끼리 해결하거나 신고가 되지 않은 것을 포함할 경우 이보단 훨씬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북부파출소 이중탁 경장은 "영남대 주변 원룸촌에는 영남대생은 절반 정도이고, 경산의 다른 대학생과 독신 직장인 등이 모여 생활하는 특이한 주거공간이다.
경찰 신고건수의 약 70% 이상이 술 취한 대학생들의 폭력, 도난, 성관련 범죄"라고 말했다.
최성국 경장은 "방학이나 공휴일에는 대학생들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범죄 신고나 발생도 비례해서 큰 폭으로 줄고, 신학기와 축제 때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치안수요가 늘어난다"고 했다.
하양파출소 김기덕(경위) 소장은 "주민들과 3개 대학의 학생 등을 포함하면 하루 약 5만여명이 생활한다.
상가와 유흥업소가 밀집돼 있어 주민들과 대학생들간의 술값시비와 여자문제 등으로 폭력.폭행사건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지난 한해동안 218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폭력 112건(51.1%), 절도 98건(44.8%), 강간 7건(3.2%) 순이다.
"원룸 입주자들이 잦은 이사로 낯선 사람에 대한 주의력이 부족하고, 출입문 등을 잘 잠그지 않거나 방범창 등이 허술한 등 자율방범의식이 부족하다.
또 대부분 주인이나 자체 경비.관리인이 없어 출입자 통제가 안되는 관리부재로 방범에 매우 취약하다"고 경산경찰서 류영만 방범과장은 지적했다.
류 과장은 "경찰력으로 한계가 있다.
입주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자율방범이 절대 필요하고, 주인들은 방범창 보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입주자, 집주인, 대학 관계자 등이 합동으로 자치회 등을 조직해 새로운 원룸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산경찰서에서는 원룸촌에 대한 특별안전진단을 실시하고 특별순찰선을 책정해 취약시간대 순찰차와 기동대 집중배치, 가로등 및 방범초소 확충 등의 특별방범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어 편안한 대학촌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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