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정권이 집권하자마자 내걸었던 구호 중의 하나가 '가진 자가 고통받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무척 무식하게 들렸던 말이었지만 결과 역시 IMF 상황과 함께 중산층과 못가진층만 곤욕을 치렀었다.
이번엔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세게 거두겠다고 나섰다.
큰 손들의 부동산 투기 잡는다는 구실탓에 겨우겨우 집칸하나 가진 중산층과 셋집살이 서민들까지 그야말로 '고통받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세금'하면 월급쟁이나 서민중산층이 항상 '봉'이란 인식이 깔린 마당에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과세도 강화한다지만 살고 있는 중산층집에 중과세 하겠다는 정책 발상은 속칭 '로빈후드 이론' 논리가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참여정부의 이미지와 곁들여 왠지 찜찜하다.
'로빈후드 이론'이란 부자들에게서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논리로 설명한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 그러나 실제로 진짜 큰 부자들은 소득에 걸맞은 만큼의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
호락호락 뺏기고 있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부자 대신 중산층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돈을 내며 특히 교육받은 고소득 중산층이 더 그렇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세금의 나라에서도 1800년대까지는 세금이 없었다.
영국에서 첫 세금이 생겨난 것은 나폴레옹 전쟁때부터였고 미국 역시 세금이 없던 국가였다가 1861년 남북전쟁때부터 전쟁을 위해 임시로 세금이 부과됐다.
전쟁을 위해 임시로 거둬들인 세금도 원래는 부자들에게만 부과됐다.
그뒤 정식으로 세법이 저항없이 통과된 것은 대중들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로빈후드 이론에 솔깃해 세법 제정에 찬성표를 던져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부자를 벌 주자는 세법이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을 벌주는 결과로 나타났다.
처음 부자들로부터 거둔 세금의 맛을 본 정부는 점점 세금을 늘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중산층에게도 세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었으며 점차 더 아래층으로 내려가 서민들에게까지 세금의 부담이 커져 간 것이 세금의 역사다.
그런데 문제는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쪽이 어떤 과세 아이디어를 짜내도 진짜 부자들은 항상 과세하는 쪽보다 앞질러 절세나 탈세의 길을 찾아낸다는데 있다.
따라서 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비어진 세금은 중산층이 덮어쓰게 되는 것이다.
세금을 물리려는 쪽과 진짜 숨은 부자들의 세금 게임에서는 늘 금융지식이나 절세기술이 앞서는 자본가쪽이 이겨 왔고 꼬박꼬박 직장에 나가 개미처럼 일한 월급쟁이나 서민.중산층만 대신 당해온 것이 세금전쟁의 경험이요 역사다.
좋은 일 하는 부자도 많지만 상당수 알짜 부자들은 그냥 앉아서 자발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려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서민에겐 없는 자본의 힘으로 영리한 변호사나 회계사를 고용하고 정치인을 이용해서 로빈후드를 피해간다.
그렇지만 서민.중산층은 그런 능력과 기술을 동원할 재력이 없다.
그야말로 정부의 과세 바늘이 팔에 꽂히도록 허용하면서 무방비로 헌혈을 하듯 부자가 내야할 세금 부분까지 대신 감당하는 것이다.
몇년씩 또는 몇십년씩 대대로 살아오는 주거 공간에다 보유를 이유로 세금을 중과하면 과연 로빈후드 이론대로 될까.
큰 부동산을 가진 부자들은 중과세된 만큼 집세를 더 올리면 그만이고 그만큼 세든 무주택 서민들 세부담만 늘게 된다.
올려 낸 집세는 곧 부자가 낼 세금으로 쓰인다.
중과세한 재산세는 부잣집에 세든 세입자 서민이 대신 내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겨우 겨우 은행대출 등으로 집장만해서 순수하게 주거목적으로 살고 있는 중산층 역시 난데없는 중과세에 허덕거려야 한다.
부동산투기는 역대 어느 정권도 명쾌한 정책으로 제압해 본 적이 없는 과제다.
지난 정권들이 수없이 되풀이 해오던 낡은 처방에다 감초나 더 넣는 식의 정책만 내놓고서는 개혁정부 답다는 믿음을 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코드 맞는다는 젊은세대 그룹으로 짜인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투기 대책같은 어려운 수능문제에는 부동산 보유세 중과 정도 밖엔 별 묘수가 없는 것인가.
변화와 개혁을 자랑하는 정부라면 이름값을 할만한 멋진 정책을 내놓고 많은 국민이 뭔가 기대하고 뽑은 새 정부답게 뭔가 신선함을 보여보라. 아래위로 말은 많고 똑부러지는 실천이 부족해 보이면 곧 식상한다.
바퀴소리만 시끄럽고 요란하면 그 수레는 틀림없이 빈 수레다.
벌써 집권 석달이 다 돼 간다.
'6개월 밀월'같은 핑계나 이유는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세력이나 하던 낡은 타령이다.
국민들은 부동산 보유세 중과 같은 허약하고 식상한 정책이나 내놓는 정부가 아닌 국민이 감탄할만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우수한 정부를 기다리고 있다.
잡초는 정치권에만 자라는 게 아니다.
청와대나 정부부처의 정책 기구 속에도 잡초 수준의 인재가 있으면 열매도 꽃도 없는 쓰잘데 없는 정책만 내놓게 된다.
더 분발하고 노력해보자. 아직은 당신들을 믿고 있다.
김정길 부사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