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년간 앵글에 담아낸 야생꽃들의 자태.향기

산야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을 볼때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 김태정(61)씨다.

스테디셀러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가지'의 저자인 그는 우리 꽃에 미쳐(?) 30여년간 산과 들을 헤매다니며 카메라에 담아온 시대의 기인이다.

우리나라 북녘 끝 백두산부터 한라산과 거문도, 독도, 연평도와 백령도까지 그가 밟아보지 않은 땅이 없을 정도다.

'우리꽃 답사기(현암사 펴냄)'는 그가 긴 세월동안 꽃을 찾아다니면서 차곡차곡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앞서 나온 그의 딱딱한(?) 책들과는 달리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져 부드럽고, 산과 들의 공기와 햇빛에 익숙한 사람의 글답게 진솔하다.

그는 취재여행중에 만난 꽃과 나무에 대한 설명은 물론이고, 만난 사람, 소개하고픈 이야기, 정을 간직한 식당, 곳곳의 따스한 인심같은 것을 소박하게 적고 있다.

100장 넘는 꽃사진을 함께 보는 맛도 괜찮다.

'모래밭에 무슨 꽃이 있을까. 밤에는 바닷물이 가득 찼다가 아침에 빠져나간 백사장에 꽃이 어떻게 핀다는 말인가. 그곳으로 가보니 이게 웬일!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란초가 아닌가. 파도에 쏠려 꽃잎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태양빛에 꽃잎을 폈다.

여름철에 많은 꽃이 피었을 텐데 피서객의 발길에 짓밟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해란초를 찾아서)

'목장 관리소로 들어가는데 똥개 몇마리가 짖어댔다.

아랑곳하지 않고 들어가다 보니 이게 웬일인가. 중왕산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말뱅이나물이 집앞 길가에서 막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개가 요란하게 짖자 누가 왔나 하고 40대 농부 한 사람이 나왔다.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으니까, 그게 무슨 약이라도 되는 것입니까, 우리가 볼 때는 아무 쓸모없는 것인데요 한다'.(태백산맥의 말뱅이 나물)

그중 그가 서문에 밝혀놓은 한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보고 마음에 새기는 것도 귀중하지만 우리 자연, 우리꽃 답사여행은 더 귀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삼천리 강산은 발길 가는 모든 곳이 자연사 박물관이요, 눈길 닿는 모든 것이 자연 유산 아닙니까!"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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