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맹모삼천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에 라면 끓이고 서점개 3년에 학자된다'는 말이 있다.

이말은 맹모삼천(孟母三遷)과 비교되기도 한다.

맹자는 어릴 때 묘지 근방에서 살았는데 장례 흉내를 내며 놀았다.

맹자 어머니는 자식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장 근방으로 이사를 갔다.

이번에는 물건 사고 팔고 하는 흉내를 내며 노는 것을 보고 학교 근방으로 이사를 갔다.

가르치는 선생님과 공부하는 학생을 보고 맹자는 공부를 하며 놀았다고 한다.

이와같이 교육이나 생활은 환경이 절대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다.

농작물을 가꾸고 키워 일년에 한번 수확하는 농민과 넓은 바다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잡은 고기를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어부와는 생활이나 기질적으로 분명히 다르다.

서점을 경영하는 분이나 종업원은 매일 보는 것이 책이다.

그많은 책 제목만 읽어도 엄청난 독서량이 된다.

세계의 웬만한 작가와 작품 이름은 훤히 외우고 있다.

출판계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서점 종업원 3년에 벙어리 말 트인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독자가 물으면 깊이는 없지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척척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듣고 보고 책과 같이 생활한 것이 지식으로 쌓였기 때문이다.

평소 상대하는 사람이 학생이고 지성인이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이 학자와 많이 닮아 가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고지식하고 좋게 말하면 너무 양심적이다.

사치와 허영도 거리가 멀고 잡기도 없다.

수년 전의 일이다.

모처럼 버스를 빌려 서점하는 이들이 부부 동반으로 야외놀이를 간 일이 있다.

하루 종일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버스기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운전대 20년에 이렇게 놀지 못하는 사람들 처음 보았다.

내가 노래 한번 부르겠다'고 한 일이 있다.

도매나 소매로 서점을 경영하시는 대부분 업주들의 근면과 성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저녁 늦게까지 가게를 보는 것이 일반화됐고 일년에 쉬는 날은 설과 추석뿐인 서점도 많다.

책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중노동과 다름 없다.

그렇게 법 없이도 살수 있는 양순한 그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이틈을 타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이 나도니 한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구소설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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