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42.195㎞를 완주하는 일반인들도 많이 늘어났다.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무턱대고 달려야만 하는 마라톤은 얼핏 보면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로 보인다.
그러나 알고 보면 마라톤은 스포츠과학의 대명사라 할만큼 과학적인 요소가 숨어있다.
마라톤은 과학이 경기력을 결정한다.
계명대 체육학과 김기진 교수로부터 마라톤 속에 숨어있는 과학원리를 찾아본다.
먼저 마라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시간 이상을 쉼없이 달리는 심폐기능이다.
이름난 선수들인 경우 신체조건이 일반인들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마라토너의 운동능력은 심폐지구력의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이 좌우한다.
20, 30대 남자 성인이 1분간 들이마실 수 있는 최대산소섭취량은 체중 1㎏당 평균 45㎖/㎏/min. 그러나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최대산소섭취량은 78~84.5㎖/㎏/min이고 한국의 간판 마라토너 이봉주는 78.6㎖/㎏/min로 세계 최상급 선수인 딘사모, 살라자르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황영조 선수의 경우는 이 부문에서 가장 높은 84.5㎖/㎏/min로 일반인들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산소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힘들이지 않고 높은 운동강도를 최대로 유지할 수 있는 한계를 나타내는 무산소성 역치도 황영조 선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황 선수는 딘사모(79.8%) 등 세계 최정상급 마라토너들과 마찬가지로 79.6%에 해당하는 운동강도에서도 호흡상태 등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철인체질이다.
이봉주 선수의 무산소성 역치는 82.8%로 80년대 초반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했던 살라자르의 80%보다 높다.
마라톤은 도로에서 장시간 달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당일의 기온 등 외부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마라톤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량을 생성하기 때문에 체온조절이 불가능하다면 산술적으로 완주 후에는 120。C의 체온을 보인다.
그러나 인체는 대류, 복사, 전도 및 발한에 의해 체온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체내 중심 체온을 40。C 이내로 유지한다.
햇빛도 체온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마라토너들이 흰색 유니폼을 많이 입는 것도 햇빛을 반사시키기 위한 것이다.
요즘 마라톤대회에서 유행처럼 번진 선글라스도 햇빛에 의한 눈의 피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눈의 피로는 직접적으로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것 외에 얼굴에 나타나는 피로한 기색을 상대선수에게 노출시키지 않는 이중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격한 운동 중에는 호흡과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많다.
이 때문에 근육경련의 발생 가능성도 증가한다.
특히 더위와 습도가 높은 환경이라면 탈수현상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마라토너는 중간중간 물을 마시긴 하지만 시간당 약 1천500㎖까지 수분을 잃어 경기가 끝난 후 2~3.5㎏의 체중이 줄어든다.
마라톤 도중 섭취해야하는 수분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나 4~10。C 정도로 다소 차가운 물을 15분 간격으로 약 100~150cc 정도 마시면 좋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수분섭취 방법으로 경기시작 20~30분전 약 8~10。C의 물 400~500cc를 미리 마시고 전해질과 포도당이 포함된 삼투압이 낮은 저장성 음료를 경기중간에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권한다.
마라톤선수들은 식사에서도 치밀한 과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 구간 중 35㎞ 지점이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알려진 것은 이 지점에서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원이 거의 고갈되기 때문이다.
마라톤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는 글리코겐에서 만들어지지만 글리코겐은 몸속에서의 저장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식이요법을 통해 글리코겐의 저장능력을 높여주게 되는 아주 세부적이고 과학적인 식이요법이 연구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운동생리학자 셔만은 그리코겐 저장량을 평소의 두배 수준까지 올리는 식이요법을 내놓기도 했다.
몇 년전 미국에서는 마라톤 기록은 1시간 58분때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이때까지 최고성적을 낸 선수들의 신체적인 특성을 뽑아내 조합하고 마라톤 코스와 기온 등을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어준다는 조건아래에서였다.
마라톤은 11~14。C가 가장 적당한 기온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서 열리는 대부분의 대회가 봄과 가을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용어해설〉
◇최대산소섭취량=주어진 시간당 이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을 체중비로 환산한 값으로 보통 체중 1㎏이 1분간 들이마실 수 있는 최대산소의 양(㎖/㎏/min)을 나타낸다.
◇무산소성 역치=운동량의 지속적인 증가로 어느 순간 피로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점. 일반인들의 평균값인 50%는 자신이 가진 운동능력의 50%를 발휘했을 때 피로가 닥쳐 운동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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