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池明觀과 '사나운 개'

인간의 인격이나 지식이 불완전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격에 있어서는 숨어 있는 본성과 욕망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인간을 불완전하게 만든다.

공자 같은 성인도 쉰 나이가 넘어서야 행함에 거리낌이 없었다고 하니, 보통사람은 더 말할 바가 없다.

지식의 불완전함은 그보다 더 명확하게 설명된다.

평균수명 70, 80년에 익히고 배울 수 있는 분야래야 바닷가의 모래 한 줌 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지식과 인격을 빌린다.

특히 왕이나 대통령 같은 만인지상(萬人之上)은 빌리는 기술의 통달 여부가 국가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정치가 안자(晏子)가 한 임금에게 들려준 일화가 있다.

송나라의 어떤 사람이 술집을 냈는데, 오래도록 술이 팔리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웃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당신 집 개가 그렇게 사나운데 술을 사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안자는"나라에도 역시 사나운 개가 있다.

그것은 권력을 쥔 자들이다.

능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임금을 바르게 가르치려들면 이들을 마구 물어버린다"며 인의 장막을 경계시켰다.

▲우리나라에도 간언(諫言)에 얽힌 일화들이 많다.

용재총화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이다.

태종의 맏이 양녕대군은 세자 때에 잡기와 여색에 빠져 학업을 힘쓰지 않았다.

공부할 때나 사람을 맞을 때도 마당에 새틀을 놓아 새를 잡거나, 매 부르는 소리를 내곤 했다.

한번은 이래(李來)라는 사람이 빈객이 되어 세자궁에 왔다가 양녕대군이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심하게 나무랐다.

그뿐 아니라 세자의 과실이 있을 때마다 간언을 해대니 양녕대군이 원수 보듯 했다.

"꿈속에라도 이래를 보면 그 날에는 반드시 오한이 난다"고 할 정도였다.

▲노 대통령에게 간언을 잘 하기로는 민주당의 '미스터 바른말' 조순형(趙舜衡)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듯하다.

"대통령이 '토론공화국'을 만들자면서 정부 부처는 말못하게 하면 곤란하다", "정부조직을 배제하고 대통령이 (검사들과) 공개토론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국정운영 방식"이라는 등의 말로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지명관(池明觀) KBS 이사회 이사장이 15일 여든 나이를 바라보는 한 마디의 말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정권에 기대했지만 이제는 확신을 못하겠다","왜 자꾸 무리하게 사람을 임명해서 자기 그룹을 소수그룹으로 만드는 지 모르겠다"는 말이 그것이다.

두가지 언급은 하나의 뿌리로 귀착된다.

인사정책에서 어떠한 비판도 비난도 외면하려 하는 정부의 폐쇄성에 대한 불만과 그것이 가져올 국정의 편협성에 대한 우려다.

노 대통령 주변에 '사나운 개'들이 없는지를 살펴보아야겠다.

박진용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