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서 새삼 좋은 교훈을 얻었다.
힘있는 자가 힘의 논리로 전쟁을 하고자 할 때 말릴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힘있는 자에게 명분을 만들어주어 그 전쟁을 최소화 내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전쟁보다는 어설픈 평화가 낫다고 판단되는 한 자국의 이해관계에 손해가 되더라도 적극적으로 명분을 만들어주어 전쟁을 막은 뒤 힘있는 자와의 외교에서 손해를 보충해 나가야 순리일 것이다.
이라크전의 경우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된 30만대 병력을 현지 출병시킨 상태에서 미국의 확고한 전쟁의지는 이미 판독됐었다.
프랑스, 독일, 중국, 소련은 비록 석유문제를 포함한 정치.외교적 손해가 예상되더라도 외교전에서 미국과 보조를 같이하여 후세인 망명 내지는 정권퇴진에 적극 동조했더라면 그토록 참담한 전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유엔을 통해, 또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상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교훈을 남북문제에 대입해 보자. 우선 정치권을 위시하여 적지않은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
미국을 설득하여 끝까지 외교적인 방법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나, 김정일 집단으로 하여금 대화로써 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고 하는 논리에서는 정말 우리의 분수를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테러예방차원에서나 대량 살상무기 확산의 사전차단 논리, 그보다 세계패권주의에 입각한 걸림돌로서의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해결방식(선제공격 또는 제한적 전쟁)에 과연 어떤 논리로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내년 재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의 예상행보를 손금 보듯 하면서 최단시간내 최대의 '핵 효과'를 노리는 북한의 절박한 자폭전술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 케도(KEDO)문제에서처럼 우리 현실에 버거운 경제지원 문제를 떠안으려고 하는가.
이제부터 당분간 갈 길은 하나다.
50년 혈맹관계는 물론, 미국으로서는 잊고 싶은 베트남전쟁에 우리의 군인 수십만명이 미국을 도왔으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못했거나 부상당했음을 설명하면서 한-미 관계를 빨리 원상회복시켜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정리를 하도록 설득해야 하며, 러시아가 조-러 상호방위조약이 이미 오래전 파기돼 이제는 6.25식 후원자가 될 수 없음을 북측에 설득하도록 대소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사전쟁법 제정에 나선 일본 정부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동시에 북-일 수교협상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도움을 북한에 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일부 국민들의 북에 대한 감상주의적 사고방식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는 상당한 시간을 끌며 외교전으로 갈 수도 있겠으나 미국내 여론 변화나 부시행정부 강경파의 판단여하에 따라서, 또는 부시의 재선전략에 의해, 우리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전광석화처럼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말 위기이며,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절실한 때이다.
서삼덕(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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