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건축 수주 진흙탕 싸움

서울지역 대형건설사들이 대구지역 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를 위해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조합원(입주민)들에게 불리한 보상조건을 제시해 놓고는 이를 만회키 위해 선물과 향응을 제공하는가 하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으로 재건축시장이 극도로 혼탁해지고 있다.

오는 17일 조합원총회에서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구 북구 복현주공 3단지 아파트에서는 지역의 ㅌ사보다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조건의 사업제안서를 신청한 외지의 ㅅ사가 조합원들에게 향응과 선물 등을 제공하는 등 조합이 마련한 지침(선물과 향응 제공 금지)을 어겨가며 홍보전을 펴고 있다.

ㅅ사는 충남 논산의 모델하우스 탐방을 이유로 지난 11일,15일 두 차례 조합원 150여명씩을 버스 4대에 나눠 나들이시키면서 온천욕에다 술과 음식을 제공하고, 프라이팬과 그릇을 선물하는가 하면 버스에서 행운권 추첨을 통해 수십만원짜리 선물을 주기도 했다.

특히 이 업체는 자사가 지난해 아파트사업실적 '전국 5위(자료출처 한국주택협회)'라는 홍보자료를 제작, 입주민들에게 뿌리고 있으나 주택협회측은 "작년 사업보고서에 ㅅ사가 5위라고 명시된 바 없고, 건설사별 수주실적을 순위로 매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신규분양이나 재건축사업승인(실적)의 경우는 승인을 받고도 사업이 상당기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사의 시공능력과는 무관한데도 재건축 수주 전에 활용, 입주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 달서구 송현주공아파트에서는 지역의 ㅎ사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열악한 조합원보상안을 제시해 두고 있는 서울의 ㅅ·ㄹ사가 공식홍보기간(18~23일) 전인데도 서울에서 내려온 도우미·주부사원 등 300여명을 동원, 가가호호 방문을 하는 등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ㅅ·ㄹ사는 지역에서 많은 아파트사업을 하며 자금력이 충분한 상대 ㅎ사에 대해 "실적부진으로 대단지 사업을 못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이주비 대출이 안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 "과정이야 어떻든 수주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상대사 헐뜯기 작전을 펴고 있다.

최근 조합원 총회를 거쳐 서울의 ㄷ사를 사업자로 선정한 수성구 황금동 우방1차타운의 경우는 사전에 관광버스 2대를 동원, 외지의 모델하우스 탐방을 다녀오면서 술과 향응 등을 제공했는가 하면 행운권 추첨을 통해 일부 조합원에게는 거액의 전자제품까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외지업체들이 재건축을 둘러싸고 향응과 선물제공 등 당초 해당 조합이 마련한 '홍보지침'을 어기고 있는 것은 직접 수주활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수주업무를 타 업체에 맡긴 결과 대행사들이 오로지 수주만을 목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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