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LG 대구구장 더블헤드 홈런 13개

서울LG는 한 번은 버텼으나 두번 째는 견디지 못했다.

3루관중석 한쪽에서 유난히 열성스런 일부 대구팬들이 'LG 바~보'라고 외치는 사이 대구삼성은 서울LG 선수들을 바보처럼 멍하게 만들었다.

쉴 새 없이 홈런포가 터지면서 전쟁터의 잔인한 학살처럼 일방적으로 경기가 흐르자 LG 선수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존심이 무너졌다.

대구삼성은 서울LG에 다음날 털어버릴 수 있는 일상적 패배가 아니라 가슴 깊은 곳에 내상을 입히는 패배를 안겼다.

이승엽은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홈런 4개를 몰아치며 현대의 심정수를 제치고 단숨에 홈런 선두로 올라섰고 삼성도 LG를 11대7, 18대4로 연파, 1위로 나섰다.

이승엽은 2000년 당시 현대의 박경완이 4연타석 홈런을 날린 이후 하루에 4번 홈런을 때린 두번째 선수가 됐다.

삼성의 요란한 승리 뒤에 각종 기록도 훈장처럼 쏟아졌다.

더블헤더 첫 경기에서 LG는 삼성과 꿋꿋하게 맞섰다.

삼성이 1회와 5회 이승엽의 홈런으로 힘을 과시하자 3회 박용택과 김용우의 랑데부 홈런으로 응수하는 등 7회초까지 6대5로 앞섰다.

그러나 삼성은 7회말 1사2.3루에서 김재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뒤 이어진 만루의 기회에서 부진하던 브리또가 좌월 만루홈런을 날려 순식간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더블헤더 2차전으로 접어들어 삼성의 화력이 배가되자 LG는 배겨나지 못했다.

0대0이던 3회말 삼성은 배팅 볼을 치듯 안타와 홈런의 봇물을 쏟아냈다.

이승엽 마해영 양준혁이 홈런을 치는 등 16명의 타자가 나서며 홈런 3개 포함 11개의 안타로 13득점, LG의 전의를 잃게 했다.

4회 김한수, 5회 브리또, 7회 이승엽의 홈런이 대승의 축포처럼 이어졌다.

1이닝 최다득점 타이, 1이닝 최다루타 신기록(23루타), 1이닝 최다안타 타이 등 9개의 각종 기록들이 잭팟처럼 터졌다.

삼성의 롱 릴리프 안지만은 프로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심정수에 3개 차로 뒤져 있던 이승엽은 휴식을 끝낸 사자처럼 맹렬해져 두 경기에서 13개가 터진 홈런 잔치의 주인공이 됐다.

더블헤더 첫 경기 첫 타석에서 이승호의 가운데 높은 공을 받아쳐 125m 장외 우월 솔로홈런으로 홈런 잔치의 시작을 알린 뒤 5회 홈런을 안 맞으려 이승호가 낮은 공을 던졌으나 걷어올려 다시 우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두번째 경기에서 이승엽은 3회 서승화의 가운데 낮은 직구를 당겨쳐 우중월 장외 130m 스리런 홈런을 날렸고 7회 장문석으로부터 좌월 투런 홈런을 날려 이날 홈런 잔치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광주구장에서는 하향곡선을 그리던 기아가 신동주의 만루홈런을 앞세워 현대를 5대3으로 물리쳤고 인천에서는 롯데가 7안타를 효과적으로 집중시켜 SK를 6대4로 꺾었다.

한화는 꼴찌 두산을 9연패에 빠트리며 6대5로 승리했다.

개인통산 8번째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신동주는 김기태(SK)가 보유중인 만루홈런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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