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 도난 대책 부심

지난 15일 발생한 국립박물관 문화재 강탈사건으로 지역박물관은 물론 문화재 소장기관마다 방재시설의 작동여부를 점검하고 출입자 신원확인 및 직원교육 강화, 순찰활동 확대를 비롯한 각종 대책마련에 나서며 재발방지에 부심하고 있다.

◇문화재 현황과 관리

1월 현재 전국적으로 국가지정 문화재는 국보304건과 보물1천337건, 사적 439건, 천연기념물 336건, 중요무형문화재 108건, 중요민속자료 239건 등 모두 2천763건에 이르고 있다.

이들 문화재의 20%쯤이 대구와 경북지역에 집중분포해 있다.

이같은 문화재는 주로 국립 중앙박물관과 대구.경주를 비롯한 전국 14곳의 국립박물관과 전문박물관 및 전국 260군데의 등록된 민간박물관과 개인.문중.사찰.서원 등에서 분산돼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문화재에 대한 각종 관리대책에도 불구하고 늘 도난이나 분실 및 훼손, 도굴, 해외밀반출 등 문화재 피해에 취약한 상태이다.

실제로 올들어 문화재청이 중요한 문화재의 소장처별 실태를 점검한 결과, 국유는 258건이고 나머지는 대학박물관(61).사설박물관(97).사설미술관(127).사찰(195).사유(212).문중(24).서원(9)에 나눠져 관리 중이었다.

또 개인소장 문화재 경우 도난이나 훼손 등에 대비, 보다 안전한 기관에 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것은 국공립박물관에 45건이 위탁관리되는 등 모두 101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중요 문화재가 늘 도난이나 훼손에 방치된 현실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

◇도난이나 훼손 실태

정부수립 이후 이번에 처음 발생한 국립공주박물관에서의 문화재 강탈사건 외에도 그동안 크고 작은 도난이나 절도행위가 잇따랐고 그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주와 안동을 비롯, 곳곳이 문화재로 뒤덮인 경북 경우 지난 한해에만도 모두 297점의 지정 및 비지정문화재들이 도난당했다.

지난 98년(152건)부터 2001년(6건)까지 점차 감소세를 보이던 문화재 도난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셈.

주요 민속자료 제189호로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됐던 경북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 사이에 무려 1천권이 넘는 각종 고서적들과 유물들이 잇따라 털렸다.

지난해 1월에도 경북 영양군 임암면의 한 종가에서 서적과 문집.고가구를 비롯, 유물100여점이 사라졌고 2개월 뒤인 3월에 일월면의 한 종가에서 놋등잔 등과 200여권의 문집.고서적이 도난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보물917호로 지정된 경북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선암서원내 장판각인 배자예부운략판목 83판목 가운데 45판목이 도난당했으며 비지정인 운강집판목 229판목, 유형208호인 해동속소 학판목45판목 등이 털렸다.

한달뒤인 12월에는 안동시 풍천면 구담리 안동권씨 고가옥에 보관 중이던 교남지 등 고서적 426권과 퇴계선생 편지, 행서족자 등 문화재급 골동품 22점이 도난당했다.

또 올들어 지난 4월에는 보물 제188호인 경북 의성군 단촌면 관덕리 통일신라시대 3층석탑이 전문 도굴꾼에 의해 2, 3층이 해체되고 1층 일부가 손상되는 등 심하게 훼손돼 당국이 긴급 현지조사를 벌이기도 했으나 범인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이다.

이밖에도 신고되지 않은 문화재 도난까지 감안할 경우 지난해 경북지역의 도난실태는 더욱 많을 것으로 문화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문화재 보호대책

문화재청과 경북도는 이처럼 최근 문화재 절도가 심각해짐에 따라 보호대책을 발표, 문화재 보호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문화청 올들어 도난에 취약한 문중과 사찰 등의 문화재 보호를 위해 은행이나 박물관 등 공공기관에의 관리위탁 확대를 위한 예산지원과 문중유물 전시관 건립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개인소장 문화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표준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도난에 대비토록 했다.

경북도 역시 시.군에 모두 26개반의 문화재 사범 단속반을 운영하고 사법경찰관리도 49명을 지정했다.

이와 함께 문화재 명예 관리인제를 확대, 1천200여명을 활용하고 유급 감시원 50여명도 투입했으며 경찰과의 공조체제 구축과 청원경찰 활동강화, 자매결연기관 지정확대를 통한 문화재 도난에 대비토록 했다.

아울러 보안경비 시스템인 폐쇄회로 감시장치인 CCTV설치를 경주 17곳 등 모두 50군데로 늘리고 안동5군데를 비롯, 도내 36개소에 무인 경보시스템을 갖추고 34개의 보관금고를 보급키로 했다.

◇문중들도 대책부심

경북지역 문중들도 문화재 보호에 나섰다.

도난이 잇따름에 따라 경북북부지역 경우 문중들이 소장중인 문화재의 관리위탁이 부쩍 늘고 있다.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에는 지금까지 60여개의 문중들이 무려 1만5천권이 넘는 고서적과 문집 등을 관리위탁했다.

최근에는 500년 넘게 문중에 소장했던 도산서원의 각종 유물 5천여점이 처음으로 문중밖 나들이를 하며 국학원에 맡겨졌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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