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서실학생연합회 독서기행

지난 18일 성주군 금수문화예술마을. 여름 못잖게 따가운 햇살도 넉넉히 다스려주는 오래된 나무그늘 아래 200여명의 중·고생들이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독서기행에 참가한 대구 18개 학교의 도서실학생연합 학생들이었다.

일요일 아침의 늦잠 욕심을 떨치고 일찌감치 대구를 떠나온 학생들은 도서관 지킴이들답게 보통의 소풍이나 체험학습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갔다.

학교별로 도서반과 도서관을 소개하고 중·고 한 학교씩 도서반 활성화와 도서관 운영 사례를 발표했다.

배창환 시인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뒤 짧은 점심시간에 이어 연극놀이와 들꽃 탐사까지 약간은 느슨하지만 실속 있는 내용들로 꾸며나갔다.

탄탄한 행사를 하고 있지만 대구도서실학생연합은 만들어진지 올해가 3년째로 이제 걸음마 단계다.

학교 도서실이 관심을 끈 게 워낙 최근이고 도서반이나 도서동아리가 제대로 운영되는 학교도 드물다 보니 연합동아리 결성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기에는 먼저 만들어진 교사 연구회의 역할이 컸다.

학교 도서실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여긴 20여명의 교사들이 경험을 나누고 힘을 모으기 위해 연구회를 만든 게 지난 99년. 그러나 학교별로 교사 한두 사람의 힘만으로 도서실 운영을 기대치만큼 끌어올린다는 건 학교 여건상 차라리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접 대출·반납장부를 만들고 흐트러진 서가를 정리하고 도서반을 꾸려나가는 데는 이만저만 열정이 필요한 게 아니다.

홍성수(대륜고 교사) 연구회장은 "대부분 학교가 도서실 지원에 인색한데다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까지 마땅찮게 보는 실정"이라며 "바뀐 대학입시에서는 책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하는데 수능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독서를 좋아하고 도서실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을 어렵사리 모아 도서실 동아리를 만든다고 해도 몸을 써야 하는 피곤한 일들을 마냥 시키기도 어려운 일. 연합동아리 결성도 이런 이유로 추진됐다.

학교간 교류를 통해 도서반 학생들이 먼저 도서실 운영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활발한 교류를 위해 봄에는 독서기행, 여름에는 체험학습캠프, 가을에는 축제 등 연간 3회의 연합행사도 진행됐다.

그렇게 수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이 제 모양으로 나타난 게 이날 행사. 연합동아리 치고는 상당히 많은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참가한 것부터 학교 도서실의 중요성이 조금씩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성화여고 도서반 서음양은 "매일 도서실에서 아침, 점심, 저녁 틈틈이 일하다 보니 피곤하긴 하지만 좋은 책을 많이, 신간을 먼저 볼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연합 행사를 통해 더 많은 경험도 쌓게 되니 보람이 있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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