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공무원 부패발언 파문

대구 시의회는 시 공무원들에겐 평소 '지엄한' 곳이다.

그런 시의회가 19일 오전 대구시 산하 공무원과 공기업 노조원들의 항의 방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기술직 공무원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김창은 시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500여명이 강력히 항의한 것. 대구 시의회가 공무원의 농성장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날 항의가 시의회의 사과를 받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로 비쳐지자 공무원 등 노조원들은 매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공무원노조 박성철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시의회가 진상조사단을 즉각 구성해 진위를 밝히고 김 의원이 근거 자료를 검찰이나 노조에 제시하라는 것일 뿐 공무원들의 비리를 비호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발언의 근거를 제시했다면 노조는 결코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공무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만큼 김 의원이 물증만 제시한다면 오히려 이번 파문은 환부를 도려내는 개혁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본의야 어쨌든간에 공무원들과 공기업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떼지어 시의회를 항의 방문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은 방법론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시민들의 시각이다.

'머릿수'를 무기로 한 집단 민원에 공권력이 처참히 뭉개지는 것에 이미 신물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의회는 권위를 함께 세워 나가야 할 동반자이며 시민의 대표기관이라는 점도 그들은 간과한 듯싶다.

항의 성명을 내거나 집행부가 항의 방문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보기에 훨씬 좋았을 법했다.

김 의원에게 향하는 시민들의 눈길도 고운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발언때문에 엄청난 파문이 빚어지고 지하철참사로 추락한 시정 불신감이 더 심화됐는데도 발언 근거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시의회의 도덕성과 신뢰성까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 의원도 물증이 있는 발언인지 단순히 풍문을 옮긴 것이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물론 검찰의 내사가 시작된 이상 그의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이 공직 사회 부패에 대한 용기있는 비판이었는지, 근거없는 명예훼손에 불과했는지 밝히는데 이제 검찰도 책임을 함께 나눠 져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회1부.기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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