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장을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라고 말한다.
부지런한 월급쟁이들은 일요일 가족과 함께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물건을 사기도 하고 좌판에 쪼그리고 앉아 채소나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보며 팍팍한 삶에 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시의 시장은 시골의 5일장과는 다르지만 단골 가게 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아직도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찾는 곳이 또한 시장이다.
하지만 만나는 상인들마다 하나같이 장사가 안돼 어렵다고 말하는 요즘이지만 손님 발길이 잦은 가게에 걸터앉아 지켜보노라면 나름대로 성공한 상인들의 전략이 보인다.
특히 젊은 상인들은 채소가게 하나를 운영하더라도 어둑새벽에 일어나 좋은 물건을 구입해오는 부지런함으로 남들보다 한발 앞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20·30대 주부들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제품을 디자인해 자신만의 브랜드로 단골을 늘려나가기도 한다.
전문성을 앞세운 젊은 상인들의 도전이 상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셈이다.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가엔 휴게실, 어린이 놀이터, 정수기 설치 등 시설현대화뿐만 아니라 환불제 실시와 같은 색다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서문시장의 20대 옷가게 사장은 매년 여름과 겨울 두차례 유럽 섬유전시회를 방문, 유행경향을 빨리 파악하고 있다.
국제감각을 바탕으로 천을 수입해서 디자인을 한 뒤 봉제는 따로 맡긴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제품을 따라가는 패션감각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아동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미시족 주부는 인터넷 쇼핑몰을 철저히 탐색하며 패션감각을 익히고 있다.
품질이 좋고 튀며 싼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밤새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구입, 다음날 장사에 나서는 방식이다.
칠성시장의 일식요리재료점 주인은 고객이 주문하면 일본까지 가서라도 구해주는 서비스 정신을 가지고 있다.
서울·도쿄 식품박람회에 참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요즘 유행하는 일식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재료를 공급한다.
이제 시장도 싼 가격만이 아니라 패션, 품질, 서비스, 전문화까지 갖추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이나 대학이 윤리경영·투명경영을 내세워 변하자고 외칠 때 시장의 소수 상인은 이미 변화한 뒤 전문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그 숫자가 적을 뿐이다.
변화를 앞서가는 상인들이 대폭 늘어나 서민과 함께해온 우리의 재래시장들이 삶의 역동성을 살려주는 현장으로 도약하는 그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 같다.
민병곤 경제부차장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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