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사 연가투쟁' 원인.전망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과 관련한 교사들의 28일 집단 연가투쟁에 대해 정부가 유례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이번 연가집회를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조직하기 위해 학교 방문과 홍보, 소규모 집회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부와 전교조가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또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싸움의 향후 전망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사태의 원인

▲터질 게 터졌다=NEIS는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다.

불과 5년 사이에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 모든 학교의 정보시스템을 세번이나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이 적잖았다.

교사들로서는 SA→C/S→NEIS로 이어지면서 손에 익을 만하면 바뀌어 버리는 데 대한 불만이 컸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 수렴, 인권 침해 여지에 대한 법적 검토 등을 거의 무시한 채 NEIS를 강행했다.

당초 지난해 9월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늦춰졌다.

올해초에도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아 불안했으나 지난 정권의 마지막 교육부 수장이던 이상주 장관은 지난 2월 NEIS 전면 시행을 발표했다.

전교조측은 기술적인 문제, 인권침해 여지 등 악재가 계속되자 정권이 바뀌면 시행이 유보돼 문책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교육부 일부 관료들이 일단 NEIS를 시행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실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이미 6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쓰여졌고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기존 시스템을 폐기하고 NEIS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 여지가 있다며 일부 수정 권고안을 낸다 해도 되돌리기는 부담스런 지경이 된 것이다.

▲정치적 변수까지 작용=NEIS는 당초 교육계 내부의 행정시스템에 대한 문제로 여겨졌지만 인권위 판단 이후 급속하게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강행이냐 유보냐를 두고 이른바 편가르기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교육계에서는 한국교총이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하며 교육부를 거들고 나서 전교조와 대립각을 이뤘다.

학부모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언론의 입장도 성향에 따라 나눠졌다.

특이한 것은 전교조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 여겨오던 민주당과 청와대에서도 전교조를 비판하고 NEIS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권영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던 개혁 대 수구의 힘겨루기가 NEIS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개혁진영이 이번 투쟁에 동참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전교조도 물러설 여지가 없다"고 했다.

◇학교 현장 점검

교육부는 NEIS에 접속할 수 있도록 인증을 받은 교사 비율이 90% 이상이므로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절반 이상의 교사들이 NEIS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인증률이 100%에 가깝지만 NEIS에 한번도 접속하지 않은 교사가 10%를 넘는다.

지금까지는 학교 정보부장이나 정보부 교사들이 전체 교사들의 업무를 대신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을 뿐 전면 시행되면 정착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인권위 권고 이후 사실상 중단된 NEIS 업무가 전교조의 투쟁으로 상당 기간 마비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현재 학교 업무는 중간고사 성적처리와 1학기 대입 수시모집이 다소 문제될 뿐 나머지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대구 고교 교사는 "중간고사 성적은 일단 계산만 해 뒀다가 기말고사와 합산해 처리하면 되고 수시모집 자료는 C/S와 NEIS 모두 가능하고 손으로 만들어야 할 서류도 많지 않아 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예상되는 상황들

임성무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은 "전교조 내부적으로는 사실 NEIS 문제 처리를 빨리 끝내고 전면적인 공교육 개편 활동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인데 정부와 대통령까지 인권위 권고 수용을 거부해 물러서기는 힘들게 됐다"고 했다.

교육부가 끝내 NEIS를 강행한다면 연가투쟁 이후에도 업무 거부, 시민 불복종 운동 등 끝장보기식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가능한 타협안은 NEIS 시행을 유보하는 것이다.

올해는 일단 초기 시스템인 SA든 C/S든 NEIS든 학교 형편에 맞춰 운용하돼 인권침해 여지가 있는 부분은 수정, 보완하고 연수를 강화해 내년부터 NEIS를 전면 시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미 강행 방침을 굳히고 26일 발표만 앞둔 모양새여서 대화를 통한 타협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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