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심버린 헌옷수거함' 골칫덩이

헌옷 수거 사업이 좋은 의도로 시작됐으나 점차 그 뜻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를 관리하고 있는 지역 기초자치단체마저 일관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0년 초 '대구사랑운동 시민회의'가 '헌옷으로 사랑나누기 운동본부'를 설립, 시와 협약해 운영한 것이 발단이다.

하지만 재활용률도 높이고 수익금을 자선사업에 사용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불법 업자들의 수거함 무단설치 등으로 엉망이 돼 갔다.

골목길 쓰레기 투기장화(化)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만 늘어간 것.

급기야 시는 2002년 4월 시민단체와의 협약을 철회하고, 남아있는 헌옷 수거함의 관리.감독을 각 구.군청에 맡겼다.

이마저도 해당 구.군청의 홍보 부족과 수거업자들의 끊임없는 수거함 무단 설치 등으로 인해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달서구의 경우 지난해 말 단독주택 지역의 헌옷 수거함을 전면 철거한 후 재활용 차량이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구청 측은 무단 수거함을 발견하는 즉시 철거하고 있으며 설문조사를 통해 '골목이 깨끗해졌다'는 응답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거업자들이 수거함 철거지역에다 아직도 수거함을 무단 설치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구의 경우 헌옷 수거함 관리마저 동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동은 철거한다는 원칙을 세운 반면 어느 동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인 것.

원대동사무소 공무원 박정호(33) 씨는 "지저분하고 관리가 소홀한 수거함은 일제단속을 통해 철거했으나 관리상태가 양호한 것은 애초의 좋은 취지와 주민 편의 때문에 무작정 철거할 수가 없어 묵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산5.7동도 수시 철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남은 것이 상당수이다.

일부 구청은 홍보도 제대로 안 돼 헌옷 처리에 고심하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주부 김모(31.대구 본동)씨는 "지난해 말 수거함이 철거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재활용품과 같이 내면 된다는 것은 몰랐다"고 했다.

현재 각 구.군청에서 수거한 헌옷들은 고물상 또는 원단 제조업체에 팔리고 있지만 수익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시민 스스로 깨끗한 골목길 조성 및 복지사업 지원 등의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의미가 퇴색된 듯하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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