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 위축에다 지하철 참사 여파가 계속되면서 대구 활기의 척도라는 동성로·중앙로의 '파장 시간'이 짧아졌다.
밤거리 유동인구가 감소하고 지하철 운행이 파행을 계속하자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가 밤 10시쯤이면 벌써 정적 속으로 빠져드는 것.
지난 28일 밤 10시20분쯤 중앙로 대구은행 앞 버스승강장. 밤 행인이 더 많다는 일대 특성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벌써 귀가를 서두르느라 시민들이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몰려 있던 사람은 10여명. 일부는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 보기도 했다.
5분쯤 지나 도착한 버스의 기사가 막차라고 안내하자 전원이 후다닥 올라 탔다.
그런 다음 승강장에서는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김명숙(28·여·대구 금강동)씨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더 있다 가고 싶지만 버스가 끊기면 택시요금으로 1만5천원이나 써야 한다"며 "지하철이 다닐 때는 밤11시20분까지 있다가 귀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밤10시가 동성로 통금시간"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엑슨밀라노 앞 택시승강장에는 승객과 택시가 뒤범벅돼 있었다.
택시기사 정순식(54·도원동)씨는 "전에는 밤 11시가 돼야 이랬으나 요즘은 동성로 '파장시간'이 2시간 가량 앞당겨졌다"고 했다.
이한주(27·여·지저동)씨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뒤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하철 운행 파행 때문만도 아닌듯, 밤 9시30분쯤에 이미 대구백화점 앞 동성로에는 이따금 사람들이 보일 뿐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성억(30·율하동)씨는 "30여분 전까지도 행인이 적잖았으나 갑자기 줄어 스산하다는 느낌까지 든다"고 했다.
김밥가게 김순남(48·여·송현동)씨는 "올 초까지만도 밤 11시가 돼도 젊은이들로 붐볐으나 이제는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일찍 닫아버린다"고 했다.
동성로상가번영회 김무웅 회장은 "가게를 하는 젊은 여주인들도 교통편을 걱정해 일찍 문을 닫는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로 경유 버스 운행 시간 연장을 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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