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용 로봇, 어디까지 왔나

2001년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 잠실야구장. 두 다리가 없는 소년 애덤 킹군이 시구를 했다.

의족을 달고 걸어 나와 타석에 들어선 선동열 홍보위원을 향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한 두 번 튀긴 뒤 킹의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애덤 킹의 의족은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 동력을 전달하는 장치를 가진 '로봇'이다.

포항공대 염영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이것은 의학과 공학의 결실인 의공학 발전의 쾌거"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출발해 인간들의 생활 속으로 급속하게 파고든 로봇기술의 발전은 의료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로봇이 1980년대 초부터 수술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최근 20년 동안 의료 측면에서 응용도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원격 수술분야에서의 응용이 두드러진다.

염 교수는 "로봇은 의사의 손 떨림과 같은 수술에 적합하지 못한 현상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경 등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수술,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부분의 수술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했다.

◇의료용 로봇의 발전

현재 의료용 로봇의 기술은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프랑스의 인리아(INRIA) 연구팀이 개발한 수술 시뮬레이션은 시술자가 마치 실제의 장기를 만지는 듯한 감촉을 준다.

내시경수술에서 의사가 눈과 손으로 장기를 직접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에서 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수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도쿄대학 연구팀은 원격 수술용 로봇에 대해 연구했다.

1988년에는 700㎞ 떨어진 곳에서 인공 혈관을 꿰매는 데 성공했고 1999년에는 실제 쥐의 동맥을 3차원 기법을 이용하여 꿰매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아직 현실성이 부족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는 소장 벽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이동로봇에 대해 연구했다.

대장의 경우와는 달리 소장의 벽에는 많은 동맥들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장벽에 압력을 가하여 이동하는 방식은 소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 연구팀은 돼지의 소장을 실험대상으로 해 어느 정도의 압력에서 소장이 손상을 받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이식수술을 위한 로봇도 연구되고 있다.

이식수술을 할 때에는 피부를 얼마만큼 얇게 벗겨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피부의 두께를 결정하는 두가지 요인인 힘과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실정

우리나라에서의 의료용로봇 개발은 외국에 비해 늦지만 연구는 활발하다.

제어기술을 이용하여 외부 동력에 의해 작동되는 지능형 의수의 경우 포항공대와 산업과학연구원이 선두주자다.

장애인의 어깨나 등에 부착된 여러개의 전극에서 측정된 근전도 신호에 따라 의수의 각부관절이 움직임으로서 장애인이 스스로 간단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포항공대 염영일 교수팀은 두 팔 혹은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을 위한 자동차 운전장치를 개발해 실용화했다.

로봇테크놀로지를 활용해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는 첨단 로봇인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종오·김태송 박사팀은 대장내시경 로봇을 개발했다.

환형동물의 움직임 원리에서 착안해 장기내부를 스스로 이동하면서 질병 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변증남 교수팀이 개발한 로봇은 눈동자의 움직임만으로 로봇 팔과 연결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휠체어에 부착해 목을 뒤로 젖히면 휠체어가 뒤로 움직이는 등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근육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를 센서가 인식해서 작동한다.

포항공대 염영일 교수는 "현재는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가거나 음성을 인식하고 주인을 알아보는 간단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라며 "인간의 오감을 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