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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사흘째 계속... 勞-政 대립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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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총력투쟁 선언... 파업 장기화 우려

철도노조가 30일로써 파업을 사흘째 계속하고 있다. 이때문에 하루 수십만명에 이르는 철도 이용객들의 발이 묶이고 산업 물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공권력 투입에 이어 파업 참가자 전원 파면 및 지도부 사법처리 방침으로 맞서지만 노조는 민주노총 지원 아래 총력 투쟁을 선언, 파업사태가 자칫 장기전으로 치달을 우려를 낳고 있다.

철도노조는 28일 새벽 4시 파업에 돌입한 후 전체 노조원 2만2천여명 중 절반을 넘는 1만3천여명이 30일 오전까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철도청은 29일 현재 9천300여명의 노조원이 파업에 참가 중이라고 집계했다.

대구.경북 4천여명도 28일 오전 공권력 투입 이후 집결지였던 영주.부산 등에서 이동해 '산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철도노조 영주지방본부 관계자는 "4천여명의 조합원 중 80% 이상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고 정부가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무기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30개 역을 관리하는 동대구역은 지역 경우 기관사(노조 기관차승무 지부) 272명 중 143명, 차량 정비 담당자(차량 지부) 209명 전원 등이 미복귀 상태라고 밝혔다. 역사 근무자 및 시설관리 담당자 500여명은 대부분 복귀했다고 동대구역측은 집계했다.

파업이 계속되면서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여객열차는 23%, 화물열차는 12% 가량만 정상 운행됐다. 30일 동대구역 경우 여객열차 190편 중 46편(21%), 화물열차 120편 중 15편(12.5%)만 정상 운행했다고 동대구역은 밝혔다.

정부는 29일까지 파업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들은 파면 등 중징계할 것은 물론,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구 동부경찰서가 29일 대구기관차 승무지부장 구모(40), 차량지부장 정모(46)씨에 대해 업무방해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하는 등 경찰도 노조 지도부 신병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철도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29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공권력 투입을 통해 노조를 억압하고 있다며 7월 초에 집중된 노동계 전체의 임단협 투쟁과 연계, 대정부 총력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설〉승객 불편.물류 피해 장기화 가능성

철도노조의 파업이 의외로 길어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농성 노조원들을 해산하자 노조는 이른바 '산개 투쟁'을 통해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주는 노동계 하투(夏鬪)와도 시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망을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철도노조의 입장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절박해 쉽게 백기를 들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공권력 투입, 징계, 사법처리로 압박하는 것은 오판에 바탕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다른 쟁점들은 제쳐 놓더라도 자신들이 '공무원 신분'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정책이 노조와는 합의도 없이 밀어붙여지는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철도 공사화가 이뤄지면 자신들은 공무원 자격을 박탈당하고 공무원연금 수급 자격도 잃게 된다는다는 것.

노조원들은 박봉, 철야 24시간 맞교대 근무, 한해 평균 30여명의 산재 등을 감수해 가면서도 묵묵히 일해 온 것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보장, 공무원연금을 통한 노후대책 보장 등때문이었는데 그 모든 것을 의논 한마디 없이 박탈하겠다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 노조원은 "다른 것은 몰라도 조합원의 노후 생계가 달려있는 공무원 연금 인정 문제조차 한마디로 보장할 수 없다고 거부하는데 크게 실망했다"며 "이런식으로 자꾸 밀리면 안된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했다.

그때문에 철도노조원들은 모두 흩어져 소모임별 숙소를 정해 업무에 복귀를 하지 않고 장기전을 벌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정부가 압박감을 못이겨 협상카드를 내밀고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정부는 28일 오전, 28일 낮, 29일 밤으로 3차례 복귀 시한을 늦춰 온 바 있으며, 철도노조는 파업권이 제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4번이나 비교적 장기적인 파업을 벌여온 적 있기도 하다. 1988년 7월 사흘, 1994년 6월 일주일, 작년 2월 이틀 등이 그것이다.

◈ 정부 대응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무기'를 모두 빼들었다. 인권정부를 표명한 참여정부의 첫공권력 투입에다 징계, 사법처리 방침을 잇따라 터뜨려 온 것이다.

정부는 철도파업이 국민의 발을 묶고 물류 운송을 막아 국민피해와 직결되는만큼 힘으로라도 조기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를 이끌어 가는 모든 지표가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 치는 판에 노조 파업으로 '경제 주름살'을 더 키워서는 안된다는 판단인 것. 더욱이 지난달 파업을 통해 물류를 마비시켰던 화물연대 파업 파문이 워낙 컸던 만큼 또다시 물류 마비가 방치되서는 안된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

정부는 그러면서 노동계의 이른바 '대정부 투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이번 기회를 통해 명확히 보여주기로 한 듯하다. 노동계가 끄떡하면 '정부가 직접 나오라'는 식의 요구를 함으로써 노사협상이 툭하면 대정부 투쟁으로 번지는 것을 조기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동계가 정부에 대해 본떼를 보여 주겠다는 식의 투쟁을 한다면 정부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최근 표명한 바 있다.

정부가 철도파업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선만큼 앞으로의 정부 노동정책은 일단 '힘'을 바탕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목적.절차가 합법적이라면 개입하지 않겠지만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책임을 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 하투(夏鬪)에 미칠 영향

철도노조 파업사태 이후 7월2일부터 본격화될 노동계의 임단협 투쟁이 전에 없는 격렬 양상을 보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28일부터 연이어 성명을 내면서 사실상 '대정부 전쟁'을 선언했기 때문.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올해 하투는 예상보다 약한 양상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대두됐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 무산, 조흥은행 사태 해결 등 초기 움직임이 비교적 노조 약세 지향적이었던 것. 민주노총도 지난 25일 하룻동안 경고파업을 벌이긴 했지만 전국적 총파업은 자제하고 산별노조 차원의 쟁의로 간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의 철도 공권력 투입 이후 "이번 '폭거'는 근로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정부이길 포기하고 이른바 '가진 사람들'만 참여하는 정부로 나가는 것"이라며 전면투쟁으로 노선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 하투에는 일단 7월2일로 예정된 전국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금속연맹, 화섬연맹 등의 파업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권이 제한돼 있는 대형 병원의 다음달 중순 파업 동향은 그 다음의 흐름을 좌우하는 좌표가 될 전망. 대형 산별노조 사업장 상당수에서는 임금협약.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상태여서 파업 돌입 사업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주5일제 도입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법안 개정 및 공무원노조 도입 법안 등 눈 앞에 닥친 노동 관련 제도개선에서도 노동계의 집단행동이 만만찮은 기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높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표 = 철도파업 사례

파 업 기 간 노 조 요 구 파업 후 결과

1988년 7월26∼28일 직통열차 중간교대, 근로시간 단축 정부 처우개선책 수립

1994년 6월23∼29일 시간외수당 인상, 유급휴일 보장 187명 고발, 16명 구속

2002년 2월25∼26일 민영화 철회, 3조2교대제 도입 민영화 사실상 중단

2003년 6월28일∼ ? 철도구조개혁법안 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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