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그 많던 개구리는...

십수년전만 해도 대구의 한갓진 변두리였던 지산·범물동 일대에선 여름 한 철 내내 개구리 소리로 와글거렸다.

해거름 무렵부터 슬슬 시작된 개구리 악단의 합창은 밤이 깊어갈수록 그 소리가 커져갔고, 무더위로 뒤척이던 사람들을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농촌의 여름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볏모가 쑥쑥 자라는 논배미마다, 저수지와 크고 작은 물 웅덩이마다, 온 세상의 개구리란 개구리는 다 모여든 듯 시끌시끌했다.

그중에선 테너·바리톤 소리를 내는 녀석도 있었고 몸집이 큰 억머구리처럼 굵직한 저음의 베이스 목청을 뽑아내는 녀석들도 있었다.

비 오는 날의 개구리 소리는 또 얼마나 서럽게 들렸던가.

개구리 소리에 대한 각국의 표현법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굴개굴'로 듣지만 중국인들은 '구오구오', 일본인들은'케로케로', 심지어 미국인들은 '리빗리빗'으로 듣는다하니 같은 개구리 소리라도 듣기에 따라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어쨌든 여름철의 개구리 소리는 마법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추억의 서랍에 소중하게 간직되었다.

그것은 고향의 소리이기도 했다.

세계적 음악가의 반열에 오른 윤이상 선생도 자서전 '상처입은 용'에서 어릴적 고향 통영에서 들었던 개구리의 합창이 자신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었다.

한데, 그토록 여름밤을 리드미컬하게, 낭만적으로 바꿔놓던 개구리 악단의 합창을 듣기 힘들어졌다.

신도시화 돼버린 지산·범물에서는 고층 아파트군이 무논들을 일시에 점령한 뒤로 개구리 소리가 뚝 끊어졌다.

비단 이곳뿐이랴. 농촌에서도 개구리 소리 듣는 것이 옛같지 않다.

그악스러울 정도로 파워풀했던 그 소리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 개구리를 비롯한 양서류가 감소추세라고 한다.

생태환경지수를 나타내는 대표적 환경지표동물인 개구리들이 수질오염과 습지 감소 등으로 인해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수면 10cm 안팎에 알을 낳는 개구리들이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 증가로 부화를 못해 새카맣게 죽고, 암수 생식 기능을 한 몸에 지닌, 기형의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 개구리가 늘어가는 것도 환경오염 탓이다.

개구리가 살지 못하는 환경에선 인간도 살지 못한다는데…. 그 부메랑이 언제 되돌아올지 두렵다.

하긴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불가능 인간형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그 죄업일까. 어린아이처럼 궁금해진다.

그 많던 개구리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전경옥(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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