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잔에도 '불황'...음주문화 복고풍

'맥주는 홀짝홀짝…소주·막걸리는 벌컥벌컥'.

불황의 그림자가 어느새 술잔에도 짙게 드리워져 음주문화에 복고풍이 회오리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힘겨운 세상살이에 시달려 사람들의 마음이 울툭불툭해진 탓일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술꾼들이 즐겨찾는 술종류마저 바뀌었다. 국경일을 하루 앞둔 16일 밤 대구 동성로 일대를 중심으로 음주 신풍속도를 살펴보았다.

▦ "맥주손님 20-30% 줄었어요"=밤 8시 40분 대구 중구 삼덕1가 M호프집의 경우 5개 테이블만 손님이 앉아 조용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예년 같으면 한창 '브라보'를 외치는 시끌벅적했지만 올들어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호프집 대표 이모씨는 "여름철 맥주 성수기를 맞았지만 소비심리 위축으로 손님수, 음주 횟수·시간·양 등 모두가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젊은이들이 값싸고 빨리취하는 소주를 선호해 이번 주부터 서비스 차원에서 소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생맥주 폭탄세일 중입니다"=밤 9시 생맥주와 음료를 함께 판매하는 N피자집의 경우 손님들은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맥주주문이 이전보다 줄었다. 직원 천모씨는 "대구지하철 참사 후 버스 막차시간이 10시30분경으로 지하철 운행당시보다 귀가시간이 실제로 1시간 가량 당겨져 저녁손님이 10-20%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매출회복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방학기간중엔 1천750cc 생맥주를 당초 8천원에서 4천200원으로 52%나 내려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방학을 맞아 친구와 함께 술마시러 왔다는 송모씨는 "요즘 대학생들도 주머니사정이 어려워 값싼 소주를 주로 마시는데 맥주는 연인과 함께 외인처럼 즐기는 술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주·막걸리 불티납니다"=밤 9시 20분 민속주점가의 ㅎ술집엔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긴의자에 젊은 손님들이 가득차 있다. 손님들에게 '이모'로 불리는 주인 아줌마는 "요즘 살기가 어렵다보니 2, 3만원만 있으면 친구 7, 8명이 기본안주 하나로 푸짐하게 마실수 있어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주 찾아오는데 소주와 막걸 리가 반반정도로 잘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깃세도 못낼 형편입니다"=밤 9시 30분 중앙로 지하철역 인근의 한 맥주체인점엔 손님 한사람만이 앉아서 500cc 한잔을 마시고 있다. 가게주인은 "손님이 하도 없어 2개월전 종업원 2명을 내보냈는데 공치는 날도 가끔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맥주 판매량은 모두 9천716만8천상자(500㎖ 20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47만5천상자에 비해 3.3%(330만7천상자) 감소해 외한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에 소주의 국내 판매량은 올해 1-4월 3천173만 상자(360㎖ 30병)로 지난해 3천26만2천상자보다 4.9% 증가했다. 지난해 소주 국내 판매량은 9천308만 상자로 2001년 9천367만 상자보다 0.6% 감소했다.

위스키의 경우 올해 1-4월 118만3천310상자(500㎖ 18병)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119만9천968상자보다 1% 줄어들었다.

민병곤기자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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