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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백범일지를 다시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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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텔레비전 토론프로그램에서 지금 한국경제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주제를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여기에 참석한 한 경제학 교수는 한국경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가마우지론'을 내놓았다.

주둥이가 길고 끝이 구부러진 가마우지라는 새는 물고기를 잽싸게 낚아채고 큰 물고기도 쉽게 삼킨다.

중국 계림지방 사람들은 이 가마우지의 긴 목을 끈으로 묶어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도록 한 다음, 그 새의 타고난 낚시솜씨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가마우지 낚시법'으로 생업을 이어왔다.

그 교수의 논리는 이러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의 '가마우지 노릇'을 해왔다.

이제 우리가 '살 길'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우리의 '가마우지'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아도 좋다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 노무현 정부가 내걸고 있는 'GNP 2만달러 시대로!'라는 구호는, 가마우지론 같은 '타자에 대한 착취'를 전제하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한 논리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부도덕한 논리가 제법 먹혀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 앞에서는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덕목들도 맥을 못추고 국민들은 일종의 사고장해(思考障害)에 빠져버리지 않는가.

착잡한 마음으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펼쳐든다.

"우리민족의 사업은 무력으로 세계를 정복하거나 경제력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전 인류가 의롭고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일을 도모함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방일 때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장 존경하는 한국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전에는 김구선생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그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분이기 때문에 지금은 링컨을 존경한다"고 답했던 것이 실언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야, 사랑이니 평화니 하는 것은 '국정운영' 원리로는 적당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실패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는 잘난 '현실론'이 비단 노 대통령만의 논리이겠는가.

녹색평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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