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아이 이렇게-형제끼리 다툴 때

초등학교 6학년과 유치원생인 아이 둘을 키우는 박모(40·대구시 북구 칠성동)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속이 상한다.

나이차가 좀 나는 편인데도 형제끼리 다툼이 잦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자기 물건을 건드렸다고 동생을 심하게 때리고 몸을 밀어 제치기도 한다.

애들은 싸우면서 자란다고 하지만 우애있게 자라기는커녕 사소한 일로 다툼만 일삼을 때가 많다는 하소연이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들간의 다툼은 단순히 욕구를 채우기 위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부모의 편애, 경쟁자나 친구같기도 한 동생에 대한 큰 아이의 이중감정 등 부모의 잘못된 역할 수행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부모는 '사회자 역할' 정도의 개입을=형제끼리 다툴때 부모가 일일이 간여하기보다는 우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끼리 해결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싸움 자체를 중재하기 위한 개입이 아니라 싸움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주는 '사회자 역할'로서 개입한다.

아이들의 기분과 나름대로 일리있는 각자의 주장을 다루어 준다.

아이들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싸움의 발단을 정리해서 말해주고 이해시켜 준다.

이때 갈등의 원인을 분명이 인식시키고 재검토한 후, 싸움을 자극하는 주요 원인(특히 형제간의 질투심과 나쁜 감정 여부)을 알아보고 해결책을 찾도록 한다.

▶형, 동생에 맞는 역할 강조는 역효과=아이들의 싸움은 발달 성장의 한 과정이면서 사회성 훈련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싸움을 통해 이해가 상반되는 상대가 있다는 것, 자신의 요구가 전부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 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라도 형과 동생에 걸맞은 역할을 강조하면서 비교하여 꾸짖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아이는 꾸지람의 내용보다 비교 당한 것에 더 큰 상처를 입고, 결국 무엇 때문에 혼이 났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형, 동생의 순위에 맞는 자기역할을 강조하면 뭐든 동생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화해 등 아이에게 판단의 기회 주어야=부모가 억지로 화해시키기 보다 아이에게 판단의 기회를 주면서 공동과제를 내주어 화해를 유도하도록 한다.

싸움이 끝난 뒤 부모가 야단을 치면서 억지로 화해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이는 마음에도 없는 용서를 빌 수밖에 없는 경험을 지속, 그 순간만을 모면하려는 좋지 않은 습관을 가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상황마다 아이들 각각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부모의 마음과 행동이 아이들간의 관계에 바람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노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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