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옛도시(古都)를 지켜온 김병준(60.경주시 월성동)씨는 "이제 죽느냐 사느냐 결판 낼 때가 됐다"며 분을 터뜨렸다.
경주 시민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40년간 사유재산권 침해와 생활 불편 등 너무나 많은 피해와 불이익을 당해 왔기 때문에 한맺힌 사연이 많다.
인근 포항, 울산은 지난 4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시민생활이 급속도로 발전되어온 반면 옛도시 경주는 손발이 묶인 형국이 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 왔다.
"문화재 보존지역이라는 얼어붙은 땅에서 경제적 위축과 도시환경의 황폐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김성수(62.상가발전연구소장)씨는 "이제는 정부가 사태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문화재보호법에 묶인 피해주민에 대한 대책과 보상을 앞당겨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황윤기(전 국회의원) 경주발전협의회장은 "문화재 보호구역에 묶인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버려진 문화재를 체계있게 보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문화특구지정만이 정체된 경주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에 계류중인 고도보존법마저 시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법안이어서 지역출신 김일윤 의원은 올들어 국회문화관광부 소속 국회의원을 현지 답사케 하는 등 여.야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경주나 부여 같이 고대국가 도읍지로 오래 지속되었던 옛도시는 문화유적이 복합적으로 산재해 있기 때문에 문화적 보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유적지나 문화재의 개별적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어 역사적 문화환경의 포괄적 보호.전승에 많은 문제점이 있을 뿐 아니라 문화유적의 보존에 상응하는 주민들의 재산상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
이에 옛도시의 역사적 문화환경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역사.문화적 자산의 혜택을 향수하도록 하여 민족문화의 창달과 주민복지향상을 도모하는 법안 제정이 절실한 실정이다.
고도보존법안은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사유재산의 피해 보상이 절실하다면서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경주시가 당시 문화체육부에 강력히 건의한 것이 발단이 됐다.
1994년엔 경주지역발전협의회에서 '고도보존법 및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만들었고 1997년에는 경주 경실련에서 '고도 경주 개발 지원 특별법 시안'을 만들었다.
다급해진 지역출신 김일윤 국회의원은 그해 '옛도시 보존에 관한 법률'을, 임진출 의원은 '역사고도보존 및 정비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법률안을 동시에 국회에 제출해 타지역 국회의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허용(천주교 성동교회 주임신부) 경주경실련 공동대표는 "옛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면서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 구슬을 꿰어야 할 때"라며 분발을 당부했다.
2000년말 집행진이 바뀐 경주경실련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구술 꿰기 작업을 시작했다.
김일윤 의원안, 임진출 의원안, 문화관광부안, 경주시민안, 경주경실련안 등 다섯가지의 법률안을 통합.조정, 단일안을 만들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듬해 3월부터 시민단체들이 모여 여섯차례의 진지한 협의 끝에 그해 5월에야 단일안인 '옛도시 보존 및 정비에 관한 법률안'을 완성, 공청회를 거쳐 김일윤 의원이 국회에 제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앙 경실련에서도 각 지역 경실련과 함께 경제정의, 사회정의 실현의 차원에서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경주 경실련 오영석 집행위원장(동국대 교수)은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문화보호법에 규제된 지역과 관련없는 시민들이라 할지라도 40년간 당해온 불이익과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화재절대보존지구를 비롯한 시내 곳곳의 황폐화와 문화재보호법이 문화재파괴법으로 역작용하는 현실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는 것.
이어 부여, 공주, 익산 등 역사유적도시들과 함께 하는 전국단위 시민연대도 만들었다.
시민들은 내년 총선이 있기전 문화특구지정과 고도보존법안 통과로 '40년 한을 풀어달라'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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